한전 "녹색채권은 용처 정해져 있어…상반기 게시 예정"

(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은 21일 한국전력공사가 그린워싱(Green Washing·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 의혹이 있는 글로벌 녹색채권을 발행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에 각각 표시광고법 위반과 환경기술산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그린본드 (녹색채권) (PG)
[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한전은 적자로 막대한 규모의 한전채를 발행해 채권시장 블랙홀이 되자 해외로 눈을 돌려 2022년 16억달러, 2023년 7월 10억달러, 올해 1월 12억달러어치의 글로벌 녹색 및 지속가능 채권을 발행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전은 2023년 녹색채권 보고서에서 글로벌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16억달러 중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재생에너지 연계를 위한 전력망 인프라 구축사업 등에 8억1천만달러를 썼다고 밝혔을 뿐 나머지 사용처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홈페이지에 4년 연속으로 총 16억달러의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했고 조달한 자금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홍보 중이다.

기후솔루션 고동현 기후금융팀장은 "화석연료에 의존해 발생한 막대한 손실로 국내에서도 채권 발행을 확대해온 한전의 상황을 고려하면, 해외에서 발행된 녹색채권 대부분도 이 화석연료 채무를 갚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전은 글로벌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은 친환경 분야로 용처가 미리 결정된 채권이라고 반박했다.

한전은 지금까지 발행한 글로벌 녹색채권에 대해 국제자본시장협회 그린본드 규정에 따라 용처를 외부기관 인증을 받아 공개해왔다.

한전 관계자는 "미공개된 추가 할당 내역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라며 "(조달 자금은) 신재생 지분투자, 신재생에너지 계통 연계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후솔루션은 내달 중 한전의 해외채 발행 주관사를 대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한 뒤 충분한 소명이 없으면 소송을 검토할 계획이다.

올해 1월 한전의 해외채 발행 주관사는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증권, 스탠다드차타드(SC), 미즈호 등이다.

이들 은행이 내부적으로 석탄발전소의 신설 및 연장에 대한 금융 제공 배제 등 친환경 정책을 운용 중이지만 대부분 신규 고객으로 적용 범위를 한정하고 있고 석탄에 대한 의존도를 느슨하게 설정해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한전의 글로벌 채권 발행의 경우도 투자은행 세부 정책의 맹점에 해당할 가능성이 짙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이관행 미국 변호사는 "녹색채권은 활발한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동시에 명확한 규제를 통해 조달된 자금이 다른 곳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수도꼭지 역할 또한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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