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불법 공매도 범행"…글로벌 IB 기소 첫 사례

"실제 배후는 글로벌 자산운용사"…해외 공조수사 강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HSBC 홍콩법인을 재판에 넘기면서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행위에 가담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해외 사법당국과의 공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불법공매도수사팀(팀장 금융조사1부 권찬혁 부장검사)은 지난 28일 홍콩 소재 HSBC 법인과 해당 법인 소속 A(45)씨 등 SBL(증권대차) 트레이더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A씨 등은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들로부터 매도스와프을 주문받은 후 차입한 주식이 없는데도 총 11회에 걸쳐 국내지점 증권부를 통해 호텔신라 등 9개 상장사 주식 31만8천781주(157억8천468만원)를 공매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 등 SBL 트레이더 3명을 기소하면서 양벌규정을 적용해 HSBC 홍콩법인도 재판에 넘겼다.

2021년 4월 불법 공매도 형사처벌 규정이 신설된 후 무차입 공매도 혐의로 글로벌 IB가 기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미리 주식을 빌려두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는 것으로, 자본시장법 180조는 '미리 빌려둔 주식을 이용한 공매도'(차입 공매도)를 제외한 모든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HSBC 홍콩법인 등 글로벌 IB의 관행화된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 사례를 적발했고 올해 1월 금융위원회의 고발이 이뤄지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남부지검은 금융조사 1·2부와 금감원 파견 인력 등으로 구성된 불법공매도수사팀을 꾸리고 HSBC를 비롯한 글로벌 IB의 무차입 공매도 혐의를 집중 수사해 왔다.

지난 2월에는 HSBC의 공매도 주문을 받는 국내 수탁증권사 HSBC증권 등을 압수수색했고 최근까지 HSBC 국내지점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사건관계인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HSBC 홍콩법인이 공매도 주문을 하려면 최소한 주식 차입을 미리 확정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수수료와 비용 절감 등을 노리고 계획적·조직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규제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혐의도 확인됐다.

검찰 수사결과 HSBC 홍콩법인은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한 국내 지점의 서버 보관 자료를 주기적으로 삭제하고 주요 자료 전부를 해외 서버에 보관하면서 금융당국의 접근을 차단했다.

검찰은 HSBC 홍콩법인이 금융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기본적인 자료제출 요구에 불응하고 검찰 수사에서는 공매도 담당 부서의 현황 등 기초 사항에 관한 답변조차 거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인 차원의 조직적 범행이 이뤄진 만큼 HSBC 홍콩법인의 고위 임원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해 형사처벌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불법 공매도의 실제 배후에 해당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공모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해외 사법당국과 공조수사도 강화한다.

검찰은 이질적인 약정 2개를 교묘하게 결합한 '변종'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자산운용사가 글로벌 IB 뒤에 숨어 IB의 무차입 공매도를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다만 HSBC 홍콩법인 등 IB가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인 데다가 IB가 고액의 수수료를 위해 계약상 자발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른 것에 가까워서 자산운용사 등과의 공모혐의가 입증되기가 쉽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금융위가 HSBC 홍콩법인과 함께 고발한 BNP파리바 홍콩법인의 무차입 공매도 혐의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BNP파리바 홍콩법인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총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진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에게 불법과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불법 공매도를 비롯해 자본시장의 공정과 신뢰를 훼손하는 금융·증권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d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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