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배후에 자산운용사, IB·증권사 '도관' 역할"

서울남부지검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검찰은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사가 맺는 '변종'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이 불법 공매도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불법공매도수사팀(팀장 금융조사1부 권찬혁 부장검사)은 지난 28일 홍콩 소재 HSBC 법인과 해당 법인 소속 A(45)씨 등 SBL(증권대차) 트레이더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면서 업계에 만연한 변종 TRS 실태를 지적했다.

검찰은 글로벌 IB와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가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이질적인 약정 2개를 교묘하게 결합한 변종 TRS 계약을 맺고 이 과정에서 무차입 공매도가 남발된다고 밝혔다.

변종 TRS는 자산운용사에 유리한 매도스와프와 IB에 유리한 단순 TRS 계약 형태를 결합한 것으로, 자산운용사가 매도스와프 주문을 낼 때 IB는 헤지가 완료된 범위에서만 매도스와프·TRS를 사후 확정하고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IB는 주식 매도 물량만큼 수수료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차입 공매도를 넘어 무차입 공매도를 남발하게 되고 자산운용사는 주식을 차입해 공매도하는 효과를 누리면서도 거래명의자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법적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변종 TRS 계약을 통해 자산운용사는 법적 책임도 전혀 지지 않으면서 배후에서 IB의 무차입 공매도를 부추기거나 유도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약정 방식은 불법 공매도와 같은 범행을 조장하면서도 법적 책임 혹은 금융당국의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자산운용사의 매도스와프 주문을 받는 글로벌 IB와 IB의 공매도 주문을 접수한 국내 수탁 증권사 모두 운용사의 '도관'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검찰 수사결과에 의하면 매도스와프 주문을 받은 IB는 자동프로그램을 통해 매도스와프 계약에 따른 공매도 주문이 자동 제출되도록 해 사실상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공매도 주문에 이름만 빌려주는 도관 역할을 한다.

IB의 공매도 주문을 접수하는 국내 수탁 증권사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IB 자회사인 증권사는 직접전용주문(DMA)을 통해 곧바로 한국거래소에 주문을 전송하고 글로벌 IB 측에 블룸버그 메신저로 차입 완료 여부를 말로만 확인할 뿐 객관적인 근거자료를 확인할 시스템은 없다.

현행 시스템상 감시 공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증권사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잔고가 확인되지 않으면 공매도 주문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관·외국인은 보유주식을 수탁기관 등에 위탁한 경우가 많다는 이유로 전산시스템상 주식 잔고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매도 주문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검찰은 글로벌 IB가 공매도를 위한 주식 차입에 드는 캐리비용(이자·보관료·기회비용 등 투자 관련 비용)을 아끼고 차입한 주식 일부를 판매하지 못하는 재고위험을 피하기 위해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하고 있다고 봤다.

검찰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증권사의 감시 공백, IB의 악의적 관리·감독 회피 등 제도적 미비점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또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의 실제 배후로 지목된 자산운용사 등에 대한 해외 사법당국과의 공조수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d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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