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70% 수입…환율 오를 때 손익 줄어

"해외 매출 확대로 환율 영향 완화 효과 강화할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며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식품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다만 수출과 해외 판매 비중이 큰 기업들의 경우 환율 상승 시 손익을 개선하면서 고환율 충격을 일정 부분 상쇄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2021년 이후 달러-원 환율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캡처]

26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은 1,472.40원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최고 1,477.00원까지 올랐다.

식품제조업은 원재료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상승에 취약한 구조에 놓여있다. 식품산업 원료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식품제조업체의 국산 농축수산물 원료 사용 비중은 31.9%다.

환율이 오르면 업계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3분기 기준 달러-원 환율이 10% 오를 때 CJ제일제당은 세후 이익이 13억 원 감소하고, 롯데웰푸드는 세전 손익 35억 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공시했다.

오뚜기는 지난 사업보고서상 달러-원 환율이 10% 오를 때 당기손익 86억 원이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뚜기 관계자는 "수출에 따른 외화자산보다 수입 원료 등으로 발생하는 외화부채 규모가 더 커 환율이 상승할 경우 평가상 손실 효과가 나타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1월 국내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대기업의 환율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10곳 중 6곳이 올해 사업계획에 1,300원대 환율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조사에는 대상 기업 중 31개 사가 응답했다.

현재 기준 환율이 1,500원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업들은 환율 추이 및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상황에 맞춰 대응하겠다고 전략을 밝혔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1,300원 후반대 환율을 적용해 내년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내년은 현재보다는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는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팜유(분홍), 대두(파랑), 밀(소맥)(초록), 옥수수(보라) 원자재 선물 가격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캡처]

최근 일부 국제 원자재 선물 가격은 다소 안정화된 모습을 보인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8888)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팜유, 대두, 밀(소맥), 옥수수 등 주요 원자재 선물 가격은 2022년을 정점으로 내림세를 띠고 있다.

코코아(빨강), 원두(아라비카, 파랑), 원두(로부스타, 초록) 원자재 선물 가격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캡처]

원두 가격의 경우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였다가 이상 기후로 공급 불안이 커지자 이후 상승세를 보였다. 코코아 가격의 경우 올해 들어 뚜렷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으나 2023년까지의 낮은 가격대와 비교하면 부담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관측됐다.

일부 원자재 가격은 내리는 추세지만 운반, 통관 등 수입 과정에서 평균 6개월~1년가량의 시차가 반영되고, 거래처별 계약 구조가 다른 점, 수입하는 원재료 종류가 다양한 점 등을 비추어볼 때 업계의 체감 원가 압력이 줄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수출 및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기업은 고환율 영향이 상쇄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됐다.

일례로 삼양식품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달러-원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세후 이익이 57억 원 증가할 수 있다고 공시했다. 같은 환율 상승 폭에 오리온은 지난해 연간 77억 원의 당기손익이 증가한다고 봤다.

농심 역시 지난해 기준 환율이 5% 상승 시 당기 손익 8억5천만 원이 늘어날 수 있다고 공시했다. 농심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해외 매출 확대를 통해 환율 영향 완화 효과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 역시 해외 판매 제품 영향으로 고환율 부담을 다소 덜고 있다.

회사의 CJ대한통운을 제외한 전체 매출 4조5천326억 원 중 식품사업 매출은 2조9천840억 원으로 66%를 차지하는데, 이중 미주 지역 식품사업 매출은 1조2천86억 원을 기록했다.

si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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