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은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줬지만 너무 구체적이어서 오히려 시장을 움츠러들게 했다.

버냉키 의장은 19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Fed의 예상대로 개선된다면 올해 말 자산매입 속도를 늦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업률 7.0%는 의미 있는 진전을 나타낸다(7.0% Unemployment Rate RepresentsSubstantial Progress)"고 말했다. Fed가 기존에 지속 가능한 고용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봤던 6.5%에서 경제 회복을 보는 시선이 너그러워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면서 뉴욕증시 주가는 곤두박질 쳤고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2.30% 위로 급등하며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달러화 역시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냉키 의장이 자산 매입 프로그램과 관련해 시장의 예상보다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자 투자자들이 긴장했다고 지적했다.

BTIG의 댄 그린하우스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단순히 Fed의 부양책이 감소하면 단기적으로 부정적이라는 사람들의 시각이 반영돼 시장이 겁먹었다"고 진단했다.

그간 Fed 일각에서 채권 매입 축소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동시에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모두 낮은 상황에서 양적완화를 줄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축소 시기에 관해 명확한 견해를 밝혀 불확실성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 버냉키 의장은 연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축소 시기를 분명히 한 셈이다. 그의 발언으로 볼 때 Fed가 하반기에 자산 매입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밀러 태벅의 앤드루 윌킨슨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양적완화 축소(tapering)가 올해 시작된다"고 못박았다.

올해 말이라는 시간표는 버냉키 의장이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내놓은 발언에서 나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청문회에서 앞으로 몇 차례 회의를 거치고 채권 매입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버냉키 의장은 강력한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이 유효하다면서 부양 기조를 유지할 뜻을 시사했다.

이날 실업률 7.0%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까지 표현한 것은 버냉키 의장이 청문회 때보다 출구전략 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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