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지출 승수(government spending multiplier, 이하 지출 승수)란 재량적 정부지출에 대한 국내총생산(GDP) 변화의 비율로 정의된다. 재정지출 1원의 추가 확대에 따른 GDP 증감분으로 볼 수 있다.

지출 승수에는 당기승수와 정점 승수가 있다. 당기승수는 재정투입 당시의 지출 증가분 대비 GDP 증가분의 비율이고, 정점 승수는 지출 증가분 대비 재정투입 효과가 가장 높은 시점에서의 GDP 증가분의 비율이다.

시기별로 볼 때 당기승수와 정점 승수는 모두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 이전에는 재정지출 1원 추가 확대 시 GDP가 정점 기준 0.78원 늘어난 반면, 2000년 이후에는 GDP 증가폭이 0.44원에 그쳤다. 다만 1990년대초의 대규모 경제사업과 외환위기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 시 등에는 재정의 성장 효과가 크게 상승했다.

한은이 지출 승수 결정요인 모형을 추정한 결과, 경기(GDP 갭률)와 수입 의존도(수입/GDP)는 지출 승수와 각각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 반면, 총지출 내 정부 투자지출 비중은 지출 승수와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와 지출 승수가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은 경기 침체기에 대규모 유휴설비의 존재로 인해 재정지출의 민간수요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가 완화됨에 따라 재정정책의 효과가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구축 효과란 정부가 총수요 확대를 위해 통화량 공급을 수반하지 않은 채 재정지출을 늘릴 경우 이자율 상승으로 민간 투자가 위축되어 그 효과가 상쇄되는 것을 말한다.

수입의존도도 지출 승수와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이는 수입의존도 증가에 따른 대외누출 확대가 재정지출의 성장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수입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일수록 재정지출을 통해 유발된 유효 수요가 상당 부분 수입을 통해 누출되면서 지출 승수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정부투자지출의 비중이 높으면 성장률 제고 효과가 크게 나타는데, 이는 재정지출 승수가 1990년대 초반 정부 주도의 건설투자사업,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경제사업 확대 정책 실시 기간에 높아진 현상에서 확인된다. (정책금융부 권용욱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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