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취약통화(fragile five)'란 앞으로 통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질과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신흥국의 통화를 일컫는 말이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인플레이션과 실질실효환율(REER) 수준, 경상수지, 은행권의 대외부채 비율 등을 고려해 중기적으로 약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5개국의 통화를 꼽아 이런 이름을 붙였다.

5개국의 통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 조기 축소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5월초 이래 모두 미국 달러화 대비 가치가 하락했다.

연합인포맥스의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 2116번)에 따르면 지난 5월초부터 이달 15일까지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14.36%나 내렸고, 인도 루피화는 12.53%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각각 5.83%와 9.69%, 터리 리라화는 7.22% 달러화 대비 가치가 내렸다.

모건스탠리는 Fed의 QE 축소에 대한 우려로 이 5개국에서 통화 가치 하락이 가팔라지긴 했지만, 이들은 이미 높은 인플레와 큰 재정 적자, 성장 둔화 등 경제 체질에서 취약한 점을 드러내고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이 은행의 제임스 로드 전략가는 "매력적인 금리와 높은 성장률, 선진국들의 느슨한 통화정책 등으로 신흥국은 지난 10년간 해외자본을 끌어모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자본을 국내로 끌어들이거나 최소한 자본 이탈의 충격을 줄이려면 신흥국들이 체질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드 전략가는 이 5개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화보유액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추세를 완만하게 하는 것 말고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 인상이 더 효과가 있겠지만, 경제성장이 이미 취약한 상황에서는 경기둔화를 더 가파르게 해 자본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5개국은 내년에 주요 선거를 앞두고 있어 통화 가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브라질과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내년에 총선을 치르고, 터키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국제경제부 김성진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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