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면서 뉴욕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경제지표의 호조 속에 QE3가 아예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국채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서다.

20일(미국시간)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7bp 상승한 2.368%를 나타냈다.

이 수익률은 지난주 하루도 빼지 않고 오르면서 27bp나 급등한 데 이어 이번 주 첫 거래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주 국채금리 급등은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을 통해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적정하다(moderate)'며 이전보다 나아진 평가를 내리면서도 QE3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서였다.

이날에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침묵이 금리 상승을 견인했다.

Fed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더들리 총재조차 QE3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서 금리가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특히 최근의 금리 급등을 Fed가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해 왔던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더들리 총재의 침묵이 더욱 뜻밖이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의 톰 포첼리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그는 금리 상승을 제어할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면서 "어느 정도의 상승은 용인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낸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QE3에 대해 Fed가 입을 다물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부터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지난달 29일 상원 청문회에 참석했으나 시장이 기대하던 QE3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당시 시장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에 맞먹는 효과를 냈다는 말들이 나왔다.

버냉키 의장의 침묵 이후 13거래일 동안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단 이틀을 빼고 줄곧 올랐다.

지난 14일 FOMC 정례회의가 끝나고 나서는 작년 10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난 연말부터 형성돼 온 1.8~2.1%의 박스권을 깨뜨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FOMC 성명을 QE3의 조속한 도입은 없다는 결정적인 신호로 해석해 올해 미 국채 금리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UBS는 연말 미 국채 10년물 금리 전망치를 2.25%와 2.40%에서 각각 2.50%와 2.7%로 올렸다.

소시에테제네랄과 도이치방크, 노무라증권은 올해 4분기 금리 전망치를 2.00%와 2.35%, 2.50%에서 각각 2.25%, 2.50%, 2.75%로 상향 조정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은 다시 버냉키 의장의 입에 쏠리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오는 20일과 22일 미국 조지타운대학에서 'Fed와 오늘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의한다.

이 강의는 27일과 29일까지 총 4차례가 예정돼 있다.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여서 시장의 관심사에 대한 언급은 없을 수도 있지만, Fed의 통화정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소통 행보' 차원이어서 주목된다.

버냉키 의장은 또 21일 하원 청문회에 참석 유럽의 부채 위기에 대해 증언한다.

23일에는 중앙은행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버냉키 의장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 공개 행사에서 QE3나 최근의 금리 급등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을 경우, 금리 상승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들어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 추이>

※자료: 연합인포맥스 종합차트(화면 5000번)

sjkim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