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배당금 삭감한 美 은행과 대조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스페인 거대은행인 산탄데르가 올해 주주들에게 최소 20억유로에 이르는 현금 배당을 하고 주식도 나눠주기로 했다.

크게 떨어진 주가에 대한 보상 차원과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매력을 유지하고자 산탄데르와 같은 유럽의 대형은행들이 주주들에게 대규모 배당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들은 동시에 자산을 매각하고 대출을 줄이는 등 긴축과 비용 절감을 통해 금융 당국의 추가 자본조달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22일(런던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대형은행들이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이미 재정위기로 타격을 입은 은행권의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자본 부족에 시달린 미국 은행들이 현금 보전을 위해 배당금을 삭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은행권에 현금을 투입했으며 영국도 부실은행에 유동성을 제공했다.

그러나 유럽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배당금을 억제하라는 등의 규제를 내놓거나 미국과 같이 직접 유동성 투입 등의 대안을 내놓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지금 상황과 과거 미국의 경험이 크게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은행권을 감독하는 유럽 정부가 은행권과 보조를 맞추지 않고 또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는 유럽 경제에 불안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탄데르 말고도 스페인 은행인 BBVA는 이익의 절반을 주주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유럽 금융당국은 BBVA에 63억유로를 확충하도록 요구했다.

그 정도는 작지만 도이체방크와 BNP파리바도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리처드 구 노무라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이 체계적인 은행위기의 영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모든 은행들이 동시에 자본을 조달해야만 할 때 결국 은행들은 더 취약해지거나 경기침체는 더 길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신문은 구 이코노미스트의 보고서가 웹상에서 입소문을 얻게 됐다면서 유럽 정부가 은행에 대규모 자금을 퍼붓지 않으면 은행위기는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많은 이들이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개입은 첫 번째 수단이 되어야지 최후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럽 은행권의 자금 수요가 엄청나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 21일 유럽중앙은행(ECB)의 3년 만기 대출에 모두 523개은행이 4천890억유로를 요청했다.

NYT는 미국의 은행과 달리 유럽 은행권은 대출 자금을 조달하고자 수년 동안 차입에 훨씬 더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균적으로 유럽 은행의 대출은 예금의 1.2배에 달한다. 이에 반해 미국의 평균 예대 비율은 0.7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대출 비중이 높아 유럽은행들이 부실 대출과 부채를 청산하려면 미국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또 은행에 기본자기자본 비율을 자산의 9%로 늘리도록 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 주 은행에 부과한 5%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유럽은행권이 직면한 극심한 자본 스트레스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유럽 은행권이 이런 요건을 충족하려면 결국 자산을 매각하고 대출을 줄이는 한편 국외의 자회사를 폐쇄해야 하는 등의 디레버리징(차입축소)에 나서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정부로부터의 직접 지원 등 자본을 확충하는 더 나은 방법은 찾지 못하면 결국 많은 은행이 도산할 수 있다고 이들은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은행권은 더 심한 경비절감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런던 헤지펀드인 포텔러스의 팀 바비치 애널리스트는 "아직 불안한 투매는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은행권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지면서 대출 감축과 자산 매각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부동산 경기가 크게 악화한 스페인에서 특히 그럴 것이라면서 "모든 은행이 동시에 자산매각과 대출 축소에 나선다면 조심하라. 이는 불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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