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SK하이닉스가 최근 파산보호신청을 한 일본 반도체 회사인 엘피다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재무적 부담이 어느 정도에 달할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내부 보유현금과 일부 외부조달로 2조원에서 3조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인수대금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인수 후보 중 하나인 도시바가 SK하이닉스에게 공동인수 제안을 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초기 자금 부담도 덜 수 있다.

그러나 엘피다의 심각한 재무상황은 인수 후 SK하이닉스 신용도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9일 예상했다.



◇파산 보호 신청한 엘피다, 심각한 실적과 재무 = 업계에서는 30년 D램 전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승리로 귀결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엘피다가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D램 반도체 시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다 미국의 마이크론을 더해 3파전으로 압축됐다.

엘피다는 2007년과 2008년 모두 2천억엔이 넘는 적자를 냈다.

엘피다가 실적 부진에 휘청거리자 일본 정부는 2009년 300억엔(약 4천2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고 4개 은행으로 이뤄진 채권단도 1천억엔(약 1조4천억원)을 융자했다.

이에 2009년과 2010년 연속 흑자를 냈으나 2010년 말부터 다시 위기가 몰려왔다.

엘피다의 매출은 지난 2년간 꾸준히 줄고 있다. 엘피다의 매출은 2010년 1분기 1천763억엔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여 지난해 3분기에는 598억엔까지 뚝 떨어졌다.

지난해 1분기부터는 영업이익도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38억엔 적자를 보였던 엘피다는 이후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3분기에는 438억엔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4%에서 2분기는 -70%, 3분기에는 -73%까지 악화됐다.

재무 구조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는 4천800억엔에 이르며, 부채비율은 지난해 1분기 114%에서 3분기 133%까지 확대됐다. 또한, 엘피다는 올해 4월 초까지 회사채와 금융권 차입을 포함하면 약 1천700억엔을 상환해야 한다.

현금은 감소 추세다. 지난 3분기(작년 9~12월) 말까지만 해도 974억엔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달 24일 300억엔의 회사채를 상환하면서 현금이 대폭 줄었다.



◇SK하이닉스, 엘피다 인수 재무 부담은 = SK하이닉스가 실제로 엘피다를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인수 가격에 따라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인수 가격이 2조원 미만이 될 경우에는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데 이견이 없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SK하이닉스의 보유현금 약 1조9천억원에 SKT 인수에 따른 신주 발행으로 2조3천억원이 추가돼 올 1분기 4조2천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1분기 중 설비투자(1조5천억원 추정)와 EBITDA(6천억원)를 고려하면, 1분기 말 실제 보유 현금은 3조3천억원으로 추정된다"며 "2분기 중 설비투자(1조2천억원), EBITDA(9천억원), 내부 현금 유보(1조5천억원)를 고려해도 1조5천억원 정도는 내부에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120K/m 메모리 제조공장 신규 건설 시 4조8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2조원에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 신규 반도체 제조공장 증설 없이 생산능력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체 설비개선 업그레이드 비용 2조원을 더하면 총 4조원으로 4조8천억원의 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수가격이 최대 3조원 가까이 될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엘피다의 부채 48억달러(약5조4천억원)를 고려하면 인수가격은 최대 3조원 전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SK하이닉스의 자금여력은 약 3조5천6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올해 생산규모를 줄이거나 추가적인 차입 또는 증자 없이는 엘피다를 인수할 자금이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다만, 서 연구원은 "도시바와 공동 인수를 하게 되는 경우 엘피다 인수 자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고 도시바는 일본 관민펀드의 자금 지원 등 일본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무 측면에서 인수의 더 큰 문제는 엘피다의 부실로 지목된다.

크레디트 시장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엘피다를 인수한다고 해서 갑자기 엘피다의 경쟁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며 "엘피다를 빠른 시일 내에 흑자전환 시키지 못할 경우 엘피다의 부채가 SK하이닉스 신용도에 악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SK하이닉스도 적잖은 부채와 투자 부담으로 SKT 신용에 악재로 작용한 상황에서 엘피다 인수는 SK그룹 차원에서 큰 부담"이라며 "단기간 내에 실적 회복과 큰 기술적 시너지를 얻지 못한다면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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