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의 최근 실망스런 고용지표는 통계상 문제에 불과한 것일까.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이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으로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온 가운데 이는 계절조정 과정에서의 편향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진단했다.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최대 요인으로 꼽히는 고용지표 부진이 통계치 작성 과정에서 부풀려진 것이라면 투자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WSJ는 지난달 미국에서는 89만6천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지만, 노동부는 계절조정을 거쳐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11만5천개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4월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1년 중 고용이 가장 크게 늘어나는 달 가운데 하나여서 계절적 요인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저널은 그러나 금융위기의 영향이 고용지표의 조정 과정에 남아 가을과 겨울에는 지표가 호전되고, 봄과 여름에는 지표가 악화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대규모 실업이 발생한 탓에 가을과 겨울은 고용시장의 사정이 실제보다 나쁜 것으로, 이후 이어지는 봄과 여름은 가을과 겨울의 고용 악화에 따른 반작용으로 실제보다 고용이 좋게 보인다는 가정이 도출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계절조정 과정에서 고려하게 되면 실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더라도 봄과 여름의 공식 발표치는 실제보다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저널은 계절적 요인을 조정할 때 통계 전문가들은 최근에 나타난 패턴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 같은 덫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뒷받침하듯 금융위기 발생 전 노동부가 사용하던 계절조정 요인을 대입하면 지난달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11만5천개가 아니라 18만4천개로 계산된다고 저널은 전했다.

이는 지난달 시장의 예상치 16만8천개보다 1만6천개 많은 수치다.

저널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금융위기 이후 가을과 겨울에는 고용지표가 좋게 나오고 봄과 여름에는 저조한 경향이 관찰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계절조정 문제가 경제지표 해석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저널은 그러나 금융위기로 인한 통계적 편향은 그다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기가 점점 과거의 일이 돼가는 데다, 일회성 이벤트에 따른 패턴이 계속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WSJ는 계절조정의 편향이 수정된다면 앞으로 얼마 동안은 고용지표가 실제보다 호조를 띨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sjkim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