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그리스의 국채 교환 참여를 끝까지 거부하고 기존 국채를 보유하고 있던 한 벌처펀드(vulture fund, 부실 자산을 인수해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노리는 펀드)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미국시간)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가 이날 만기 도래한 4억3천600만유로(약 6천430억원)의 국채를 상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벌처펀드는 손실을 감내하며 국채 교환에 참여한 투자자들과는 전혀 다른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펀드는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만군도에 있는 다트매니지먼트로, 그리스 정부가 상환할 원리금 가운데 90%를 가져가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다트가 그리스 국채 거래가격이 달러당 60~70센트일 때 사들인 것으로 트레이더들은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채 교환에 참여한 그리스 은행과 다른 민간 기관들은 75%의 손실을 봤지만, 이 펀드는 30~40%의 수익을 내게 된 셈이다.

다트의 린 스미스 대변인은 "회사는 시장의 어림짐작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문은 국채 상환에 대해 그리스 정부 관계자들은 총선 이후 정부 구성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으나, 다트와 다른 투자자들이 소송을 벌여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 지급이 묶일 가능성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고 해석했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의 선임 경제 자문역을 맡고 있는 기카스 하르두벨리스는 "정부가 가장 취약할 때 투자자들이 발목을 잡았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이 사안에 대한 판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달 2차 총선 이후 '구제금융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건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집권할 경우 기존 국채 보유 투자자들에 대한 그리스 정부의 태도는 강경하게 돌아설 것이 분명하다고 신문은 예상했다.

그러나 다트의 사례 때문에 나머지 60억유로의 기존 국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의 원리금을 받으려는 의지는 높아질 게 당연하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기존 국채 가운데 일부는 오는 9월 만기가 도래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환으로 국채 손실을 감내한 수천명에 달하는 그리스의 소액 투자자들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지의 헤지펀드 투자자인 제이슨 마놀로풀로스는 "원리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커다란 실수"라면서 "좌파들에 친유럽 정당들을 공격할 빌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트는 벌처펀드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펀드 가운데 하나로, 2002년 디폴트를 맞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20억달러의 원리금 지급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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