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금융당국이 헤지펀드 등록 문턱을 크게 낮춘 이후 헤지펀드 시장은 '신생사의 돌풍'과 '명가의 추락'으로 요약된다.

작년 시장을 휩쓸었던 중소형 성장주의 급락과 오랜 기간 시장에서 소외됐던 대형 가치주의 부활로, 시장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게 주요 원인이다.

특히 주도주 변화 상황에서 변동성이 큰 헤지펀드는 위험 관리가 되지 않아 수익률 추락을 맛봐야 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4일까지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헤지펀드와 가장 낮은 수익률을 보인 헤지펀드의 수익률 차이는 무려 24%포인트에 달한다.

가장 높은 수익률은 신생 헤지펀드인 DS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디에스 수(秀)로,연초 이후 수익률은 7.86%에 이르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18일 오전 7시47분 송고한 '신생 헤지펀드 화려한 데뷔…'숨은 고수' 부상' 제하 기사 참조)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작년 개별종목 장세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렸던 '은둔의 고수' 장덕수 회장이 이끄는 이 운용사의 헤지펀드 수, 지(智), 현(賢), 복(福)은 평균 수익률 5.13%를 기록했다.

수익률 1등인 디에스 수는 지난달부터 운용을 시작했는데, 설정액을 275억원 규모로 키웠다.

현, 지 펀드도 투자자들에게 각각 6.61%와 5.60%의 수익을 안겨줬다. DS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전체 순운용자산(AUM)은 671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롱 온리' 전략을 쓰는 DS자산운용의 종목 선정 능력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파인밸류자산운용의 펀드도 7%대의 수익을 기록했다.

공모주(IPO) 투자로 자문사 시절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은 파인밸류자산운용은 IPO 투자 전략으로만 운용되는 헤지펀드를 내놨다. 파인밸류IPO플러스의 설정액은 210억원, 연초 이후 수익률은 7.29%에 이른다.

파인밸류의 높은 수익률은 공모주의 주가 흐름이 좋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장한 신규 상장 종목 가운데 80% 이상이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 흐름을 보였다.

헤지펀드 등록 후 이미 6개 펀드를 출시한 라임자산운용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나타냈다.

라임의 1호 헤지펀드인 모히토는 지난해 12월23일에 출시한 이후 누적 8.32%의 수익을 거뒀다. 펀드 최소 금액은 1억원으로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모집, 총 운용자산은 136억원이다. 2호 펀드인 가이아는 3.56%, 연초 이후 6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대다.

반면 과거 헤지펀드 명가로 이름을 날린 브레인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 쿼드자산운용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고전했다.

브레인자산운용의 백두, 태백, 한라는 평균 15%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브레인의 헤지펀드는 연초 다소 수익률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얼마 버티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브레인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연 변동성은 30%에 육박, 헤지펀드 상품 가운데 가장 크다.

대신자산운용도 지난해 상반기까지 수익률 고공행진을 했지만, 이후 코스닥 시장 조정 등에 내림세를 이어갔다. 특히 에버그린롱숏펀드는 연초 이후 -17.20%의 수익률을 나타내 가장 나쁜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1년 기준으로는 -28.17% 추락했다. 대신자산운용의 연 봉동성 역시 21.04%로, 브레인 다음으로 높다.

쿼드자산운용의 데피니션(Definition)7글로벌헬스케어펀드는 9.68%의 손실을 냈다.

한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매니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장세였는데 변동성이 크면 위험 관리가 전혀되지 않는다"며 "하락장에 오히려 변동성이 더 커지고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신생사 중에 증권가 프랍트레이더 출신들이 모여 만들어 주목을 받은 포엠자산운용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27%에 그쳐 그다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신생사들이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운용자산이 많지 않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진검승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브레인 백두와 태백 AUM은 각각 1천249억원, 1천567억원에 달해, 신생 헤지펀드사 전체 상품을 더한 것보다 크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생사들은 시작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초기에 수익률을 올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진짜 진검 승부는 이들이 운용을 시작하고 최소한 3개월 이상은 흘러야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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