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교체 주기가 짧기로 유명한 증권업계에 장수 CEO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0년째 임기를 부여받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본인이 매년 경신 중인 최장수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고, 국내 1호 증권사인 교보증권의 김해준 사장이 2018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아 뒤를 바짝 쫓게 됐다.

24일 한국투자증권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유 사장의 재선임 안건을 승인했다. 2007년 3월, 최연소 사장이 된 유 사장은 1년마다 묻는 재신임에서 9연임에 성공, 10년째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게 됐다.

대우증권 런던법인 시절 화려한 실적을 냈던 유 사장의 재임 기간 한국투자증권을 업계 1위로 올려놓았다. 브로커리지는 물론, 자산관리, IB, PF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냈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한국투자증권은 대형 증권사 인수합병(M&A)에 나서 또 한번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1호 증권사인 교보증권의 김해준 대표이사는 장수 CEO의 '다크호스'다.

1년마다 재신임을 묻는 한국투자증권과 달리 교보증권은 3년마다 묻는데, 그는 4연임에 성공했다. 2008년에 취임한 김 대표는 이번 연임으로 무려 2018년까지 임기를 부여받았다.

대우증권 IB 출신인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중소형사로 두드러지는 부분이 없던 교보증권을 신탁과 IB영업, 장단기 채권 스트레드 운용 분야에서 강자로 올려놨다.

2008년 취임 후 리테일영업에 치중한 영업행태를 변화시키고자 한 결과다. 작년에는 IB 대체투자팀을 신설해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에미레이트 항공 등 항공기관련 자금조달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 1년만에 1억달러 이상 딜을 수주하였고 현재 교보는 업계에서 항공기투자 최강자로 급부상했다.

차기 장수 CEO로는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가 꼽힌다.

강 대표는 이번에 신한금융투자로 사명을 바꾼 이후 최초로 5연임에 성공한 CEO가 됐다. 2012년 취임 이후 2년 기본 임기에 매년 1년씩 연임을 묻는데, 이번에 3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금융투자 최초의 은행 출신이 아닌 증권업계 출신의 CEO인 그는 ARS 시장을 선점해 업계의 1위로 올라섰다. 인수합병 후 뚜렷한 시너지를 내지 못하던 신한금융투자를 업계 '빅5'로 올려놓은 공을 인정받아 장수 CEO 대열에 올라섰다.

'증권맨'인 새로운 대표이사와 함께 새 출발을 선언한 증권사들도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신한맨'인 이진국 대표이사를 영입, 자산관리 강자에 도전한다. 전신인 대한투자신탁의 노하우를 이어 자산관리에서 강점을 내겠다는 의지다. 하이투자증권은 '현대증권 국제부 주역'인 주익수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장수 CEO로 성공을 거두면서 업계의 CEO 선임 분위기도 바뀌는 추세"라며" 특히 정통 증권맨들이 실적을 내면서 그룹이나 지주에서 내려오는 인사보다는 검증된 증권맨들을 밖에서라도 영입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sykwak@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