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달러 약세에도 공급 과잉 우려에 하락



(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9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데 따라 상승했다.

이날 하락 출발한 지수는 옐런 의장 발언에 환호하며 급격히 상승 폭을 확대했다.

옐런 의장이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내놓은 영향에 미국 국채가격은 상승했고, 달러화는 유로화와 엔화에 하락했다.

10년만기 국채금리는 1.814%로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고, 달러-엔 환율은 112엔대로 밀렸다.

뉴욕유가는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공급 과잉우려에 따른 상승 추진력 상실로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8% 낮아진 38.28달러에 마쳐 지난 3월15일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옐런 의장은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중국 경제 둔화와 유가 급락에 따른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옐런 의장은 "전반적으로 기본적인 경제 전망은 지난해 12월 이후 거의 변화하지 않았지만 세계 상황은 지속적인 위험들을 제기한다"며 "이러한 위험들은 지난해 여름과 최근 몇 달 동안 관찰된 것처럼 금융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전망에 드리운 위험들을 고려하면 FOMC가 정책을 조정하는 데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표명했다.

카플란 총재는 "(기준금리) 경로를 바꾸거나 (금리) 하한값을 다시 시험하게 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신중하지만 꾸준하게 이어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발언에 시장에서는 내달 금리인상 기대감이 후퇴하고 6월 금리인상 전망도 약화되는 분위기였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은 이날 4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7%로 반영했다. 이는 전일의 12%보다 내린 수준이다. 6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38%에서 31%로 낮아졌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7.72포인트(0.56%) 상승한 17,633.1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7.96포인트(0.88%) 오른 2,055.0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79.83포인트(1.67%) 높은 4,846.62에 장을 마감했다.

옐런 의장이 이날 금리 인상에 신중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시장은 환호했다.

업종별로 기술업종이 1.5% 상승하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유틸리티업종이 1.4% 올랐고, 헬스케어업종과 금융업종, 통신업종 등이 1.1%대의 강세를 보이는 등 전 업종이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다우지수 구성 종목 중에서는 애플이 2.3%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고, 인텔과 코카콜라, 홈디포 등도 각각 1% 넘게 상승했다.

옐런 의장은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세계 불확실성이 기준금리를 느리게 인상하는 상황을 정당화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경제 둔화와 유가 급락에 따른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한다는 견해를 재표명했다.

카플란 총재는 텍사스 오스틴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세계 위험 요인들이 미국 경제에 전이될 수 있다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제 지표는 긍정적으로 발표됐다.

3월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지수가 전월의 비즈니스 여건에 대한 비관론에서 벗어나며 상승했다.

콘퍼런스보드는 3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 94에서 96.2로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94.2를 웃돈 것이다.

3월 현재 여건지수는 전월의 115에서 113.5로 낮아졌지만 기대지수는 79.9에서 84.7로 높아졌다.

지난 1월 미국의 주택가격은 재고 부족 등으로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케이스-실러에 따르면 1월 전미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5.4% 올랐다.

1월 10대 대도시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5.1% 상승했고, 20대 도시 역시 5.75% 높아졌다. 20대 도시 가격은 전월에는 5.65% 상승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20대 도시 주택가격이 5.8%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9.32% 하락한 13.82를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오후 3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날보다 20/32포인트 높아졌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5.6bp 떨어진 1.814%로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3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4.4bp 낮아진 2.604%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7.3bp 밀린 0.796%로 하루 기준으로 2주 만에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국채가격은 개장 초 이집트발 테러와 유가 하락 등으로 상승했다. 이집트 여객기 납치범이 키프로스에서 전원 체포되는 등 상황이 종료된 데다 테러와 연관이 없다는 발표에도 벨기에 테러 이후 빈번한 테러 발생이 국채에 대한 일부의 안전자산 매수세를 견인했다.

국채가격은 소비자신뢰지수가 기대지수 상승으로 예상치를 웃도는 호조를 나타내 오름폭을 축소하기도 했으나, 이후 옐런 Fed 의장이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 발언을 쏟아냄에 따라 상승폭을 급격히 확대했다.

옐런 의장은 사전 연설문에서 중국발 전세계 성장률 둔화가 미국 경제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질의·응답을 통해 기업과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2%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면 이는 Fed의 정책결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외부 요인이 미국 경제 전망에 위험 요인이라는 옐런의 발언은 Fed가 금리인상을 주저하고 있다는 신호로 국채시장은 해석했다.

이날 오후 재무부는 340억달러 어치의 5년만기 국채를 입찰했다. 옐런이 장세를 지배함에 따라 국채입찰 결과가 국채시장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

5년물 낙찰금리는 1.335%였다. 입찰 수요 강도를 측정하는 응찰률은 2.38배로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해외 중앙은행 등 간접입찰자들의 낙찰률은 53.9%로 지난 4차례 평균인 57.5%를 밑돌았다. 직접 입찰자들의 낙찰률은 7.2%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다음날에는 280억달러 어치의 7년만기 국채입찰이 예정돼 있다.

옐런의 발언 이후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중국 경제 둔화가 미 경제에 영향을 준다면서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옐런이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 모습을 보임에 따라 헤지펀드와 머니 매니저들이 장기 국채를 매도하고 단기 국채를 매입함에 따라 특히 30년만기 국채가격 상승폭이 여타 국채가격보다 작았다고 설명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옐런 발언 이후 6월 금리인상 전망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연준의 4월 금리인상은 불가능한 상황이며 국채거래자들은 올 연말에나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주말 2월 비농업부문 고용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어 국채가격 상승폭이 제한될 수 있다면서 시장은 인플레 전망에 영향을 줄 임금 상승률에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오후 늦게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2.64엔을 기록해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13.42엔보다 0.78엔 하락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290달러에 움직여 전날 가격인 1.1194달러보다 0.0096달러 올랐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7.17엔을 나타내 전날 가격인 126.90엔보다 0.27엔 높아졌다.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파운드당 1.4379달러를 기록해 전날 가격인 1.4252달러보다 0.0127달러나 상승했다.

달러화는 옐런 Fed 의장의 연설을 앞두고 주요 통화에 혼조세를 보였다.

이날 존 윌리엄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디스인플레이션 요인들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소멸하고 있다면서 강한 인플레이션과 고용, 성장률은 올해 2차례 또는 더 많은 금리인상을 견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총재는 또 경제지표 의존적 모드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고용과 소비자물가, 여타 지표, 전세계 전망 등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은 Fed가 오는 4월1일(금) 나올 2월 비농업부문 고용 등을 계속 주목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2월 고용이 21만3천명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1월 고용은 24만2천명 늘어났었다.

이후 달러화는 옐런 의장이 낮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비둘기파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유로화와 엔화에 약보합권에서 주로 등락했다.

옐런이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 발언을 쏟아내 달러화가 유로화와 엔화에 낙폭을 급격히 늘렸다.

소시에테제네랄(SG)의 기술 분석가들은 달러화가 엔화에 단기적으로 114.00-114.50엔에서 강한 저항을 받을 것이며, 반대로 만약 113엔이 무너진다면 110-111엔까지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로화는 엔 약세 분위기로 127.44엔까지 상승해 지난 11일의 최고치(127.31엔)를 넘어서는 강세를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유로화가 지난 2월 중순에 기록한 최고치 127.96엔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유로화가 이 선을 돌파한다면 다음 타깃은 지난 1월 말과 2월 말 유로 약세장의 61.8% 되돌림 수준인 128.40엔까지 오르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파운드화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로 지난주에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분위기가 고조돼 달러화에 반등세를 나타냈다.

삭소은행의 존 하디는 벨기에 테러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게 증폭됐다며 최근의 파운드화 강세를 과도한 브렉시트 공포의 반작용으로 나타난 숏커버의 결과로 풀이했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11달러(2.8%) 낮아진 38.28달러에 마쳐 지난 3월15일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유가는 공급 과잉 우려 증폭에 따른 상승 모멘텀 상실로 5영업일 연속 떨어졌다.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다 이란이 산유량을 동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재부각됐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주요 산유국들이 산유량 동결에 합의한다 해도 전세계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으로 유가가 상승 추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증폭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가 80년여 만에 최대를 기록하고 있고 현물 인도지점인 오클라호마 커싱지역의 원유 재고는 최대 저유량에 근접한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공급 과잉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시장은 달러화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옐런 Fed 의장의 연설을 기다리며 관망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옐런 의장이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을 확인함에 따라 달러화가 유로화와 엔화에 약세를 나타내 유가가 낙폭을 축소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내달 1일에 나올 2월 비농업부문 고용 지표 결과가 호조를 보인다면 고용 증가에 따른 휘발유 수요 증가가 유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계 공급 과잉 우려 지속으로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이들은 부연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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