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증시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지만, 실제 증시 강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거 사례를 통해 볼 때 추경 편성이 주가 부양 효과를 크게 누리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정부의 추경 편성 소식에 9.37포인트 오른 1,936.22에 거래를 마감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하반기에 투입될 20조원 규모의 재정 가운데 10조원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재원은 적자국채 발행이 아닌 세계잉여금과 초과 세수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추경 편성 소식에 증시 투자 심리의 회복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제 증시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과거 추경에 따른 시장 강세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집행된 7차례의 경기부양용 추경 가운데 향후 6개월 간 신흥시장 대비 수익률이 높았던 경우는 2001년(2차 추경)과 2003년(1차), 2008년과 2013년 등 4차례다. 2001년(2차 추경)의 경우 추경 규모는 1조6천억원이었고, 2003년(1차)은 4조5천억원이었다. 2008년과 2013년의 경우에는 각각 4조6천억원과 17조3천억원의 규모로 편성된 바 있다.

당시의 추경 편성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지만, 증시 강세 효과가 있었던 것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 국면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옥혜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작년 중순까지 신흥시장 대비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며 "증시가 추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높은 변동성으로 하락폭과 반등폭이 모두 컸기 때문에 신흥시장 대비 아웃퍼폼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증시 변동성이 최근 많이 줄어든 상황을 고려할 때 추경이 직접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의 예상치를 밑도는 추경 규모 등으로 실제 펀더멘털 개선이 지지부진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먼 사태 이전까지는 추경 규모가 국내 명목 GDP 대비 1%일 때 성장률은 0.5%포인트 제고됐다"며 "다만, 잠재성장률 하향과 실질 성장률 둔화, 마이너스 성장 갭 지속 등으로 추경의 성장률 제고 효과도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추경 규모가 명목 GDP 대비 0.6% 수준임을 고려하면 성장률 제고 효과는 0.2%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 추경 편성 이후 단순히 코스피의 등락률을 볼 때 상승효과가 분명히 나타났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재해 구난 성격의 미니 추경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 메르스 구제 성격의 긴급 추경 등을 제외하면 추경은 대부분 주가 상승에 주요 기폭제로 작용했다"며 "추경 편성일 이후 120일 간의 코스피 등락률은 대체로 오름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도 추경 편성 이후 펀더멘털 방향성 선회 가능성 등에 우호적인 수급 여건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경 규모가 시장의 예상에 미치지 못하지만, 과거 여러 차례의 추경이 세입 결손을 메꾸는 데 쓰인 반면 이번 추경은 온전히 경기 부양에만 쓸 수 있다"며 "실제 집행이 이뤄지면 경기에 미치는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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