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유럽 재정위기 우려의 중심이 이탈리아로 모아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이달 말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했기 때문이다.

피치는 또 프랑스 신용등급은 올해 안에 강등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프랑스에 대한 우려는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다른 두 거대 신평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가 이르면 이달 안에 프랑스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피치, 이탈리아 신용등급 경고 = 피치는 이탈리아가 유로존에 최대 위협이라고 지적하며 이달 말 안에 이탈리아를 포함한 몇몇 유로존 국가의 신용등급을 한두 단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10일(유럽시간) 피치의 데이비드 라일리 글로벌 국가신용등급 담당 헤드는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의 부채 규모와 높은 차입금리를 고려할 때 이탈리아가 유로존에서 가장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이탈리아가 갚아야 하는 부채 규모가 '벅찰 정도'라면서 이탈리아 위험을 차단하려는 유로존 정상들의 합의가 부족한 점도 이탈리아 신용등급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또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독일 국채보다 400bp 이상 높다는 점도 이탈리아가 '폭발하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금리는 구제금융 마지노선인 7%를 웃돌고 있다.



◆伊국채발행ㆍ유니크레디트 사태 주목 = 이탈리아는 12일에는 단기국채를 발행하고 13일에는 5년물 이상 국채 입찰에 나설 예정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이탈리아의 국채 규모는 3천309억유로로 상당한 수준이어서 이번 국채입찰은 이탈리아의 지속적인 자금 조달능력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또 이탈리아 최대은행인 유니크레디트의 상황은 이탈리아 은행 및 경제 전반에 거대한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니크레디트는 유럽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오는 6월까지 자본 확충을 완료하기 위해 시장가 대비 43%나 낮은 가격에 주주 할당발행(Rights issue)에 나섰으나 투자자들의 수요는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 확충 여건이 매우 부정적이어서 대출 축소와 이로 인한 신용경색 및 경기 위축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안심할 수 없는 프랑스 등급 = 피치가 올해에 프랑스 신용등급을 강등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S&P나 무디스가 그 행보를 따를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S&P는 작년 12월 초 프랑스를 포함한 유로존 국가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 무더기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3대 신평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강경한 노선을 보이는 S&P의 등급 강등 가능성이 특히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사카와 준이치 IG마켓츠 애널리스트는 피치의 언급에도 "이르면 이번 달에 무디스와 S&P 등 다른 신평사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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