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을 예고한 5개 대형 증권사의 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금융과 부동산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각 증권사의 투자 유전자(DNA)가 달라 초대형 IB 사업의 향후 판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들은 초대형 IB 출범을 위한 인가 신청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이르면 3분기 이내에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NH투자증권은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웠다. 과거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과, KB투자증권은 현대증권,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형 증권사 인수전에서 몇 차례 실패하며 '자생'으로 방향을 틀었다. 삼성증권도 다른 증권사 매물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인수합병 등에 신중했던 탓에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유보율(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은 1천%에 육박했다. 미래에셋 등 타 3개사는 100%대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별성은 회사의 사업 방향에도 반영됐다. 미래에셋의 경우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 진행된 현대자산운용 인수전에도 뛰어들었고, 1조원대 규모의 힐튼 계열 호텔 인수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증권은 보수적 투자 운용 방침으로 유명하다. 보수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는 탓에 IB 사업부문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감도 높았다. 그간 다른 증권사들이 짭짤한 수익을 올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도 시큰둥했다.

증시에 삼성이 발행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도 없을 정도다. 스팩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뒤 비상장사를 찾아 합병에 나서는 '껍데기'에 불과하지만 '삼성' 이름을 단 상장 계열사가 생기는 것으로 여겨 설립에 신중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곳과 오가닉(Organic·자연 성장) 성장을 고수한 증권사의 수익성부터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자생'계 증권사 임원은 "각사의 PMI(Post Merger Integration·인수 후 통합) 전략에 따라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오가닉 성장에 나선 증권사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크게 흔들릴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초기 수익성 지표는 낮아질 수 있으나 초대형 IB 업무가 본격화됨에 따라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당장의 ROE 하락보다는 신사업 발굴에 나서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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