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각국 중앙은행들이 오는 2021년 리보(Libor·런던은행 간 금리) 폐지를 앞두고 이를 대체할 지표 선정을 서두르고 있지만 원활한 이행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3일 보도했다.

리보는 주택담보대출과 변동금리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상품의 금리를 산정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관련 시장 거래 규모는 글로벌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배를 넘는 350억 달러에 달한다. 리보 폐지로 거대한 시장이 구조적인 변화를 맞게 되는 셈이다.

리보는 지정 금융기관이 제출하는 금리를 집계해 산출하고 있다. 이 특성을 악용해 대형 금융기관이 금리를 조작해 상당한 벌금을 부과받았다.

영국은행협회가 맡았던 리보 산출은 조작 사건 이후 미국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건네받았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융사들이 리보처럼 조작할 수 없도록 시장에 기반한 대안금리를 모색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행(BOJ)과 영국 중앙은행(BOE)의 경우 익일물 무담보 금리를 쓰길 원하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스위스중앙은행(SNB)은 담보가 있는 레포 금리를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지금부터 유효한 대안금리 선정을 서두를 방침이다.

그러나 신문은 중앙은행들이 주시하는 대안금리에도 약점이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일본은행이 익일물 금리를 사용할 경우 리보가 제공해 온 12개월까지의 여러 만기 금리를 어떻게 계산할지 불확실하다. 또 장기간 지속된 금융완화 부작용으로 단기 금융시장 거래가 줄어 어떻게 활성화해 나갈지도 문제다.

또 연준처럼 레포 금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고 관련 파생 시장을 정비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은 각국의 금리 성격이 달라 외화를 조달하는데 사용하는 베이시스 스와프 등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에는 두 개 통화의 리보 금리 차를 바탕으로 쉽게 계산할 수 있었지만, 일본의 무담보 금리와 미국 유담보 금리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오는 2021년 말 시점에도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리보 관련 거래를 어떻게 이행할지도 과제다. 일본에서도 엔 리보 관련 파생상품 거래는 30조 달러에 이른다.

일부 기업이 변동금리 채권 투자설명서에 리보 폐지 리스크를 명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핌코의 리스크 관리 책임자는 "시장의 준비가 제대로 되기 전에 이행을 강제하면 큰 혼란을 초래해 투자자들이 치러야 할 비용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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