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본열 기자 =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기조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는 반대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섬에 따라 신흥국 통화 및 달러-원 환율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 일각에서는 신흥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작아져 자본 유출이 발생하고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반면 금리인하에 따른 경제 성장 기대로 오히려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달러-원 환율도 이에 연동되며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21일 연합인포맥스 국가별 정책금리(화면번호 8844)에 따르면 브라질과 러시아는 이번 달 들어 기준금리를 각각 1.00%포인트와 0.50%포인트 인하했다.

지난달에는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지난 7월에는 베트남이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의 8월 물가상승률이 3.3%로 목표치인 4%에 못 미치는 등 신흥국들의 물가지표가 부진하자 중앙은행들이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처를 한 것이다.

금리인하에 나선 몇몇 중앙은행은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금리 수준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신흥국의 금리인하와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맞물리면 금리 차가 더 좁혀져 신흥국 자산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판단했다.

아울러 연준이 보유자산을 축소하기로 한 데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다른 주요국들도 긴축에 나설 수 있어 신흥국으로부터의 자본 유출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지난밤 미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다음 달부터 보유자산을 매달 100억 달러씩 줄여나가기로 하는 동시에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주요 선진국들이 연이어 긴축 정책을 시작한다면 자본 유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국가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신흥국 통화가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신흥국들의 기준금리가 높은 편이라 다소 인하된다 하더라도 금리 차는 여전히 커, 자본 유출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오히려 물가 회복에 따른 경제 성장 기대가 커지면 신흥국 자산의 투자 매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낮아진다고 무조건 통화가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신흥국 기준금리는 인하되더라도 여전히 높기 때문에 시장은 물가 개선 및 경제활성화에 주목할 것이고 통화는 강세로 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경제 성장은 국내 수출 호조와도 연결될 수 있어 달러-원 환율에도 하락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12월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 하더라도 신흥국 통화 강세는 유효하다"며 "신흥국 통화와 유사하게 움직이는 원화 가치도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만 완화된다면 크게 절상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흥국으로부터 일시적으로 자본이 유출되고 통화가 약세를 보이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수출 개선 등을 통해 약세가 되돌려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자본 유출은 발생하겠지만 이로 인해 신흥국 경제에 유동성이 악화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수출이 많은 국가의 경우 일시적인 통화 약세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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