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현대상선은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매각과정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부당한 계약을 체결한 탓에 최소 1천억원 이상의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16일 밝혔다.

장진석 현대상선 준법경영실장(전무)은 이날 종로구 현대그룹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면서 롯데그룹과 체결한 계약 때문에 지속적으로 손실이 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2014년 롯데그룹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이지스일호에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했다. 현대상선은 1천94억원의 자금을 SPC에 후순위로 투자하고, 앞으로 5년 동안 롯데그룹에 물량과 이익을 보장해준다는 계약을 맺었다.

장 실장은 후순위 투자에 대해서 "1천94억원 모두 회수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고 판단한다"면서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물량을 보전해준다는 계약을 체결한 탓에 지금도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육상운송, 항만서비스사업 등의 사업부문에서 5년 동안 독점적으로 현대로지스틱스만 이용하고, 해외 인터모달(내륙운송), 피더사업(근해운송)의 영업이익이 162억원에 미달하면 현대상선이 부족분을 메워주는 계약을 체결했다.

장 실장은 "이 계약은 이사회의 결의도 거치지 않고, 갑작스럽게 주식매매계약(SPA)에 반영됐다"며 "심지어 롯데그룹 입장에서 현대상선이 5년에서 그치지 않고 영구적으로 물량과 이익을 보전해줘야 한다고 해석될 수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이 계약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롯데그룹에 보전을 해주지 않았고, 이에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14일 현대상선에 소송을 건 상황이다.

장 실장은 "일단 롯데그룹이 소송한 건에 대해서는 답변서를 보낸 상황"이라면서 "현대상선이 이 계약을 체결할 당시 제3자로서 객관적으로 참여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상선이 롯데그룹에 물량ㆍ이익을 보전해준 덕에 상당한 이익을 거뒀다고 장진석 실장은 주장했다.

이 계약으로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13.4%)의 가치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장 실장은 "현 회장 등은 이미 이익을 실현해서 나갔지만, 현대상선은 불합리한 계약 때문에 지금도 고통스러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대상선이 입은 피해액은 미정이다.

장 실장은 "일단 검찰에 고소했기 때문에 형사상 결론을 지켜봐야 한다"며 "향후 민사소송으로 회복할 수 있는지는 형사사건의 추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소송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장 실장은 답했다.

그는 "지배주주인 산업은행도 현대상선이 부당한 계약으로 손해를 입었다면 적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메이저 법무법인 2곳과 회계법인을 통해 현 회장 등이 배임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받아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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