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됐다. 지난 1년간 이른바 '옥중경영'으로 제한된 경영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계기로 리더십을 다시 발휘하고 경영 정상화 수순을 밟을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글로벌 경영 행보를 재개함과 동시에 IT업계의 변화에 대응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맡기겠지만, 앞으로 삼성전자가 나아가야 할 사업 방향이나 투자 등 큰 그림 그리기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작년 2월말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삼성전자는 1년 이상 '반도체 슈퍼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고의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힘입어 주가는 한때 29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오르는 등 삼성전자는 이례적인 호황을 구가했다.

그러나 이런 실적 잔치 속에도 삼성전자는 '티나게'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무엇보다 총수 공백으로 앞으로 1~2년 사이 불어닥칠 업계의 판도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반도체 이후의 먹거리를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고심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최고실적은 3~4년 전에 이뤄진 투자 결정에 따른 결실이었다.

아울러 작년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소규모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이어서 2016년에 인수한 9조원짜리 전장기업 하만이나 비브랩스, 조이언트 같은 핵심 기술을 확보한 굵직한 기업을 인수한 것과는 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은 선단장이 부재중에 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라든지 사업구조 재편 등에 애로사항이 상당히 많다"면서 참담한 심경을 표출한 바 있다.

옥중에서도 이 부회장이 총수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 부회장은 당시 구치소에서 보고서를 통해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것과 실제 현장을 다니고 글로벌 리더들과 만나면서 통찰력을 얻어내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구속돼 있는 동안 이탈리아 자동차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 엑소르의 사외이사에서 사임했고,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인 보아오 포럼의 상임이사 자리도 임기 연장을 사실상 포기했다.

매년 7월초 열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실리콘밸리의 IT업계 수장들과 만나 네트워크를 쌓은 등 글로벌 경영 행보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말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직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잦아들 가능성이 크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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