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연루 의혹으로 사임하면서 금융투자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장 공석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과 금융투자업계 인수·합병(M&A) 인허가가 지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열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는 초대형 IB 인가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초대형 IB는 지난해 11월 한국투자증권이 단독으로 인가를 받은 후 넉 달째 후발 주자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감원장 공석에 따라 초대형 IB 인가 심사가 더욱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한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중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각각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대주주 특수관계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발목이 잡혔다.

KB증권은 옛 현대증권 시절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에 대해 '기관경고' 조처가 내려진 데 따라 인가가 지연됐다.

다른 증권사와 달리 NH투자증권은 금감원이 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조사 후 초대형 IB 인가 여부를 다시 살피기로 한 데 따라 심사가 빨리 재개될 것으로 점쳐졌다. 농협금융 지배구조 검사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금감원장 공석으로 농협금융 지배구조 검사 결과 발표도 지연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증권사 M&A도 금감원의 수장 공백에 따른 인가 심사 지연으로 미뤄질 수 있다. SK증권은 케이프컨소시엄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벽을 넘지 못하자 인수자를 J&W파트너스로 변경했다.

골든브릿지증권은 최대주주 골든브릿지가 텍셀네트컴에 지분 41.84%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SK증권과 골든브릿지증권 모두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거쳐야 M&A를 마무리할 수 있다.

금감원 수장 공백의 장기화는 더욱 우려되는 점이다. 금감원은 최 전 원장의 낙마를 초래한 2013년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 달 2일까지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을 특별검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차기 금감원장이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가 마무리된 후 임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권 인사는 지연되는 경우가 잦았다. 최 전 원장도 정부 출범 후 임명되기까지 약 4개월여의 시간이 걸렸다.

다만 새 금감원장이 속전속결로 임명되면서 공백이 최소화될 경우 금융투자업계의 우려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최 전 원장의 전격적인 사임 뒤에는 차기 금감원장에 대한 내정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는 김기홍 JB자산운용 대표와 이성규 유암코 사장, 심인숙 중앙대 교수, 유광열 금감원 수석 부원장,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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