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내달 샤오미를 시작으로 IT기업들의 중국예탁증서(CDR) 발행이 본격적으로 잇따르면 3년 전 증시 버블이 재발할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진단했다.

톰 홀랜드 아시아전문 칼럼니스트는 이날 기명 칼럼에서 CDR이 미국예탁증서(ADR)를 모방했지만 실제로는 ADR과 달리 공급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IT기업에 대한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고려할 때 CDR 발행 직후 가치가 폭등하고 이는 중국 금융당국의 섣부른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DR은 미국 내 주식투자자들이 비(非)미국기업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추가 수요가 생기면 증권사는 ADR을 발행한 기업의 본국에 상장된 주식을 한데 묶어 예탁은행에 예치하고 미국에서 거래 가능한 예탁증서를 발행한다.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과 완전히 대체가 가능하며, 본국에 상장된 주식과 ADR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면 곧바로 차익거래를 통해 가격 괴리가 없어진다.

CDR이 사실상 해외 증시에 상장된 주식과 대체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주식이 될 것이라고 홀랜드 칼럼니스트는 지적했다.

중국에서 CDR 수요는 엄청날 것으로 보이지만 CDR을 발행하는 업체는 해외에 상장된 기존주식들의 가치가 지나치게 희석되는 것을 우려할 뿐만 아니라 이 때문에 증권사는 수요에 따라 신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금지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또 CDR 발행의 상당부분은 국유기관이 지원하는 6개의 신규 '유니콘 펀드'를 위해 할당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유기관이 CDR 신규발행분의 상당량을 가져가는 데다 3년간의 보호예수까지 고려하면 개인투자자들이 기업공개(IPO) 때 CDR을 사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대다수 투자자는 유통시장에 풀릴 때를 기다려 CDR을 살 수밖에 없다.

최근 상하이증시에서 IPO에 나선 폭스콘 인더스트리얼 인터넷(FII)의 경우만 봐도 실제 수요의 300배 넘는 투자자들이 응찰해 IT기업 상장에 대한 큰 관심을 드러냈다.

CDR을 발행하는 업체는 당국의 밸류에이션 제한에다 중국증시 투자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해외 증시에 상장된 것과 같은 가격을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개인투자자들이 유통시장에서 CDR을 살 수 있다면 횡재나 다름없는 셈이라고 홀랜드 칼럼니스트는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바이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5배이지만 중국증시에 상장된 IT기업들의 평균 PER는 52배에 달한다.

선전증시에 상장된 위성포지셔닝 서비스 북두성통의 경우 PER는 139배에 이른다.

FII가 상하이증시 IPO 때 첫날 44% 폭등했지만, CDR 폭등세는 하루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칼럼은 전망했다.

칼럼은 그러면서 주가 폭등세가 CDR 주식 하나에 그치면 문제가 없겠지만, CDR 발행이 잇따르면서 시장 전반적으로 모멘텀에 의한 증시 거품이 지난 2015년처럼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시 선전증시는 3개월 만에 두 배로 올랐다.

만약 이렇게 되면 중국 금융당국의 서툰 구두개입과 광범위한 거래 정지, 엄청난 규제 등으로 3년 전 대폭락 사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칼럼은 경고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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