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터키 리라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터키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할 처지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IMF 지원을 선뜻 요청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엡실론 SGR의 루카 시바니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터키가 국제수지상의 위기에 부닥쳤을 때 IMF가 터키를 지원하거나 혹은 터키가 IMF에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라며 "이는 터키에 추가적인 취약성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미 달러화에 대해 30% 가까이 하락했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20%에 육박했다.

인플레이션은 지난 7월 15.85%로 크게 올랐으나 저금리를 선호한다고 밝힌 에르도안 대통령의 통제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위인 베라트 알바라이크를 재무장관으로 임명한 데다 자국 통화 급락에도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더구나 외채 규모가 큰 터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터키도 다른 신흥국처럼 IMF 구제금융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자국 통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자 페소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IMF로부터 5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한 바 있다.

터키의 대외 부채는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53% 수준으로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편이다.

특히 부채의 3분의 1 이상은 만기가 1년 내인 단기채이며 40%는 변동금리 채권이라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애널리스트들은 마크리 대통령이 빠르게 대규모 구제금융을 요청한 아르헨티나와 터키 상황은 매우 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선 마크리 대통령은 재정 지출과 경상 적자를 억제하기 위한 재정 개혁 프로그램을 시행해온 경우라 IMF의 구제금융을 쉽게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우선 에르도안 대통령은 IMF의 긴축 요구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자 IMF와 200억~250억 유로 규모의 대기성 차관 지원 협상을 시작했으나 자금 지원과 수반된 경제 및 재정정책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불발된 바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구제금융의 대가로 강한 긴축에 나서야 해 터키가 IMF의 지원을 받으려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터키 정부 관리도 이날 "터키 의제에는 IMF와 같은 사안은 없다"고 못 박았다.

IMF의 지원을 받으려면 집행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이사회의 가장 큰 표결권을 갖는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터키로서는 IMF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1일 터키가 미국인 브런슨 목사를 장기 구금한 데 항의하며 터키에 제재를 부과했고,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4일 보복 조처를 지시하며 충돌했다.

애버딘 스탠다드 라이프의 빅토르 스자보 선임 투자 매니저는 "어떤 나라도 지속적으로 통화 가치가 매일 5% 이상 하락하는 것을 견딜 수 없다"라며 "결국 IMF가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IMF의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기까지 "상당한 정치적 싸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상황이 훨씬 더 복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루베이 에셋 매니지먼트의 마크 다우딩 선진시장 공동 헤드는 "터키는 아르헨티나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체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라며 "IMF의 지원이 당연히 승인될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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