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지만 외환 전문가들은 이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마켓워치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며 "전에 없이 드물게 우리의 소중한 달러로 돈이 몰리고 있으며, 기업 실적은 어느 때보다 좋다"고 말했다.

스탠다드뱅크의 스티븐 티븐 배로우 G10 전략 헤드는 트럼프가 달러 강세를 호평하는 듯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결국에는 약달러 유도를 위한 개입(intervene)에 나설 것이라는 위협을 없애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달러를 칭찬한 것은 사실상 향후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장을 마련(set stage for action to weaken later)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실제 불과 약 한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강세가 "우리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달러 강세가 트럼프 정부의 행보와 일정 부분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두 배로 올리겠다고 말해 안전자산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고 달러 강세 폭이 커졌다.

또 재정적자를 키우는 감세와 완전 고용은 연준의 금리 인상 압력을 키우고 있으며, 무역상대국과의 관세 전쟁은 달러 대비 상대국의 통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선 트윗에서 단순히 시장 펀더멘털을 인정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배로우 헤드는 트럼프가 달러(강세)를 칭찬하면 할수록 트럼프 행정부는 지나치게 오른 달러로부터 세계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의 달러 약세 유도 개입으로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환율 전쟁'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미국의 달러 개입을 초래할만한 여러 상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있으며, 최근 터키의 위기가 그 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ICE 달러 인덱스는 터키 위기 우려가 불거진 이후 급등해 지난 15일 1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배로우 헤드는 "신흥국 위기가 발생하고 선진국 주식이 약세를 보인다며 달러와 엔, 스위스 프랑이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라며 "미국 주식은 고평가 부담과 달러 강세에 따른 수출주 타격으로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증시 급락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배로우 헤드는 연방준비제도의 경우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되돌림으로써 주가 하락을 진정시킬 수 있으며, 트럼프 정부는 치솟는 달러에 개입하고자 하는 유혹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개입에 나선다면 트럼프의 공격적인 무역 정책과 세금 인하, 연준의 금리 인상 때문에 달러 강세가 초래됐다고 할지라도 금융시장의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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