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의 지난 6일 국채매입 계획 발표를 전후해 여러 유럽 펀드들이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보유량을 늘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ECB의 국채매입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펀드들이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8천400억달러(약 948조원) 가량의 글로벌 채권, 외화 운용자산을 보유한 JP모건자산운용은 최근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포지션을 벤치마크 대비 비중확대로 전환했다.

에딘버러 소재 자산운용사 스탠더드라이프 인베스트먼트도 ECB의 계획이 발표되기에 앞서 운용자산이 가장 큰 유럽 채권펀드의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포지션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옮겼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영국의 블루베이자산운용 역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보유량을 늘렸다고 저널은 전했다.

닉 가트사이드 JP모건자산운용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단기, 중기 국채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7월말 유로존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난 후부터 이들 나라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스탠더드라이프의 잭 켈리 매니저는 "유로존 중심국에 대해서는 비중축소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네덜란드와 프랑스 등 일부 중심국은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과거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블루베이의 마크 다우딩 투자등급채권 담당 공동헤드는 "ECB의 통화정책회의 전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보유량 늘렸다"면서 "최근 며칠 동안 이익 실현을 위해 일부를 팔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이 구제금융 신청을 미루면 국채 랠리 모멘텀이 다소 줄어들 수도 있는 게 한 가지 걱정거리"라면서도 "중기적으로는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가격이 하락하면 더 매입하겠다"고 덧붙였다.

펀드매니저들은 ECB의 대책이 장기적으로도 지속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켈리 매니저는 "ECB의 국채매입은 중요한 진전으로 게임체인저(game changer, 국면 전환의 계기)'는 아니지만 시간은 벌어준다"면서도 "유로존의 당국자들이 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가트사이드 CIO는 "단기적으로는 랠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실행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ECB가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하고 나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은 크게 하락했다.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일별(화면 6533번)에 따르면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5.674%를 기록, ECB의 발표 후 72bp 낮아졌다.

같은 만기의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5.105%로 33bp 하락했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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