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정선미 특파원 = 스페인 정부가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2013년 예산안을 당초 예정됐던 시간보다 세 시간 늦게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스페인이 공식적인 구제금융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했으나 스페인은 예산안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이 발표한 예산안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예산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연금과 보조금 인상= 소라야 사엔즈 데 산타마리아 스페인 부총리는 연금과 보조금을 모두 인상한다고 밝혔으나 세부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스페인 시민은 정부의 막대한 지출 감축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복지 지출= 스페인 정부는 내년도 예산의 64%가 복지지출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세금 인상이 아닌 지출 감축이 예산안의 주요 목표라고 설명했다.

▲연금충당금에서 30억유로 차입= 사엔즈 부총리는 재정적 수요를 충당하고자 30억6천만유로를 연금충당금에서 차입하기로 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독립적인 예산 감독기구 설립=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스페인에 예산 감독기구의 설립을 요청해 왔다. 스페인 정부는 이 기구가 스페인이 재정적자 목표를 준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정부는 또 앞으로 수개월 동안 경제 개혁을 위한 43개의 법안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소폭 경기위축 전망= 크리스토발 몬토로 로메로 예산 장관은 내년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0.5%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적자 목표= 몬토로 장관은 스페인이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 GDP의 6.3%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페인은 또 2013년에는 4.5%,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2.8%, 1.9%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반응은 대체로 미온적이었다.

IG마켓츠의 솔레다드 펠론 스트래티지스트는 "예산 추정치는 양호해 보이지만 내 관점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스페인의 내년 GDP가 0.5% 줄어드는 것에 그칠 것이란 전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런 추정은 과도하게 낙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FX프로의 사이먼 스미스 리서치 헤드는 "스페인이 세수 확충보다 지출 감축에 집중하는 것은 적절하다. 그러나 세수를 4% 가까이 늘리는 문제만 해도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목표"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는 이제 시장은 가까운 미래에 스페인 정부가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예산 장관은 이번 조치가 EU의 권고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라고 언급했다. 모든 세부적인 내용이 나오면 구제금융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포트라이트의 슈테판 포프 이사는 "스페인 정부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연금과 보조금을 인상해 시민을 기쁘게 했지만 연금충당금에서 차입한 30억유로를 통해서 이를 진행하려한다"고 말했다.

CM캐피털마켓츠의 프레드라크 두키크 애널리스트는 "일부 투자자들은 스페인 정부가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정부로부터 용감한 조치를 기대하는 것은 항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데일리FX닷컴의 데이비드 송 애널리스트는 "연금충당금에서 30억유로를 차입한다는 발언으로 시장의 분위기가 호전됐다. 왜냐하면, 스페인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런 조처에 나섰기 때문"이라면서 이 때문에 달러화는 하락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제 28일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스페인 등급 강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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