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금융위원회가 2017년 경영평가에서 금감원에 2년 연속 C등급을 준 데는 정성평가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금감원 예산삭감과 인력감축을 두고 금융위와의 갈등설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관적인 판단이 경영평가로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금감원 경영평가 심의위원회에서 70점대 초반의 점수를 줘 C등급을 부여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S·A·B·C·D·E 등 6등급으로 나뉜다. 통상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이면 S, 95점 미만~85점 이상이면 A, 85점 미만~75점 이상이면 B, 75점 미만~65점 이상이면 C, 65점 미만~60점 이상이면 D, 60점 미만이면 E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설립 이래 최하 등급인 C등급을 받은 뒤 2년 연속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불거진 채용 비리 사건 이후 한 해 동안 조직쇄신 작업을 벌여왔던 금감원은 예상외 결과라는 반응이다. 또 앞서 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 공공기관은 모두 A등급을 받은 터라 지난해보다는 평가가 좋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금감원에 관한 경영평가 항목은 비계량 평가(정성평가)가 85%를 차지한다. 계량 평가(정량평가)는 15%에 불과하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의 경우 계량 평가 55%·비계량 평가 45%, 산업은행·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계량평가와 비계량평가의 비중이 각각 50%인 점을 고려하면 금감원의 비계량 평가 비중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를 주로 하는 금감원 조직 특성상 수치화된 계량 평가를 시행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비계량 평가 비중이 높다는 것이 금융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각종 경영 지표에 근거한 계량 평가보다 평가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평가등급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울러 평가 항목도 금감원의 조직쇄신 노력이 크게 반영되기 어렵게 설정됐다.

평가 항목을 내용별로 살펴보면, '전략·경영' 부문에 대한 평가가 30%, '주요 사업'이 70%를 차지한다.

전략·경영 부문에는 ▲비전 ▲핵심가치 ▲경영 효율성 등이 포함된다. 감사원이 지난해 9월 금감원의 방만 경영을 지적한 뒤 금감원이 실시한 인력 조정 등의 노력은 극히 일부 반영됐다.

금융위는 ▲검사·제재 ▲금융 감독 ▲불공정거래 조사 ▲회계 공시 ▲금융소비자 보호 등으로 이뤄진 주요 사업 부문에 대해서도 민원증가 등을 이유로 좋지 않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평가 비중 역시 다른 공공기관과 차이가 있다. 산업·기업·수출입은행은 특수은행 특성을 고려해 재무분야 6%·고객 분야 61%·책임경영 분야 33%로, 특별한 금융사고 등이 없으면 고객과 책임경영 부문에서는 대부분 만점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평가 기준이 올해 금감원이 상대적으로 박한 점수를 받은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상급기관인 금융위와의 관계가 불편해지면서 금융위가 주관적인 평가를 할 때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진행하면서 1~3급 직원 비중을 43.3%(3월 말 기준)에서 35%로 줄이겠다는 계획안을 냈지만, 금융위는 이를 30% 이하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다 금감원 노조는 청와대에 금융위 해체 등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두 기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금융위는 "금감원 경영평가는 외부인사인 심의위원 7명이 독립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C등급을 결정한 데 금감원과의 갈등설 등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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