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정원 기자 =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산업은행에 개인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2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는 박 회장의 사재 출연 규모를 두고서 협상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보유한 지분 등을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등을 늘려주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안으로 산업은행에 갚아야 할 차입금이 7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제시할 담보는 금호고속 지분이 꼽힌다. 박 회장은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존속회사)이 합병하면서 약 30%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에 자금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잡은 금호홀딩스 지분과 사실상 같은 것으로,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의 대주주가 중국 더블스타로 바뀌면서 해지해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 주식 1만주, 금호산업 1만주, 금호고속 14만8천주 정도도 박 회장이 담보로 제공할 자산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날 종가 기준으로 4천만원 수준에 불과해 큰 의미는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보유한 자산이 사실 금호고속 지분이 전부여서 '상징성' 정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면 금호아시아나 지배구조상 최정점인 금호고속을 산업은행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탓에 박 회장은 그룹을 통째로 잃을 수 있다는 평가다.

박 회장이 담보를 내놓은 또 다른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이행하지 못한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초 올해 2분기 안으로 2억달러(약 2천2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이어진 탓에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했고 발행은 미뤄졌다.

비슷한 이유로 3분기에 시행하려던 1천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인천 제2 격납고 담보부 사채 발행도 불발로 끝났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개선 이행 의지가 '낮다'고 판단할 소지는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의 상장도 올해 안으로 마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만난 것으로도 알려졌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588%에서 지난 9월 말 560%로 소폭 떨어졌다.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의 배수도 2016년부터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입장에서 어떤 후속 조처를 할지 관심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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