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정부의 9·13대책과 각종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서울 아파트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아파트 가격을 놓고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높이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탓이다.

21일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대비 0.09% 하락하면서 10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 서울 아파트값 단기조정 불구 여전히 높은 가격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공시가격 인상, 국내외 거시경제 둔화 가능성 등이 맞물리면서 전방위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조정을 받는 모양새다.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지난해 9월 이후 호가가 1억~2억원 이상 하락하는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파트 보유자가 급하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기존 보유자들은 단기간에 1억원에서 2억원 이상 가격이 조정을 받은 만큼 추가적인 가격하락은 제한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향후 가격 반등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가격조정에도 매수자들도 좀처럼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 수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50% 이상 급등한 탓에 9·13 대책 이후 전개되고 있는 가격조정에도 매수세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 아파트값에 대한 매도자와 매수자의 극명한 눈높이 차이로 거래절벽 현상만 길어지고 있다. 가격 추이만 놓고 보더라도 매도자의 입장에서는 9·13 대책 이후 가격조정을 이유로, 매수자의 입장에서는 1~2년 사이에 나타난 비정상적 가격급등 등을 이유로 모두 급하게 매매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실제로 최근 입주를 시작한 송파 헬리오시티(9천510세대)를 제외하고 그나마 매매가 이뤄져 실거래가를 확인하기에 용이한 대단지 아파트인 신천 잠실파크리오(6천864세대)를 보더라도 이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79㎡형(총 1천762세대)의 평균 실거래가는 작년 11월 15억원을 형성했다. 지난해 10월의 15억7천만원보다 7천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최근에는 더 낮은 호가가 등장했지만, 실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해당 면적의 실거래가를 1년 전이나 2년 전의 평균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각각 21%와 48% 정도 높은 수준이다. 보유자는 1억원에서 2억원 낮은 아파트값을 이유로, 매수자는 2년보다 50%나 비싼 값을 이유로 주저하는 셈이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59.95㎡형(총 600세대)도 상황이 비슷하다. 해당 면적형은 지난해 10월 평균 실거래가 13억3천700만원을 기록한 이후 거래가 실종됐다. 이 가격은 1년 전에 비해서는 30%, 2년 전에 비해서는 53% 높은 수준이다.

◇ 김수현 실장 "여전히 가격 높다"…시장 당분간 조정 무게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일 춘추관에서 부동산시장에 대해 발언한 것도 수요자나 매수자들의 견해와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현재 부동산 상승세가 꺾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인데 향후 목표가 현 상태 유지인가, 추가 하락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저희도 그렇게(상승세가 꺾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의 안정은 이 자체가 최종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니며, 서민에게 여전히 집값이 소득보다 너무 높다거나 하는 어려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급등했던 부동산시장이 주춤해지면서 안정세로 돌아섰으나, 여전히 집값이 높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이어 "조금이라도 불안한 추가 현상이 있다면 정부는 지체 없이 추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의 사이클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아파트 가격의 하락 현상이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보고서에서 "지난 18년간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률 하락국면은 3번이 발생했다"며 "부동산 선행지표인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률 곡선에서 하락 기간은 약 25~36개월 진행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경기둔화로 주택가격 하락폭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점"이라며 "서울 재건축 아파트 수익률의 하락은 빠르면 2020년 5월에 마무리되거나, 늦어도 2021년 3월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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