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24일 '전세 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으나,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관련 대책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구호 외치는 전세 사기 피해자



특별법은 전세 피해 보증금 회수방안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현시점 최우선 변제금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최우선 변제범위를 초과하는 구간에 대해서는 2억4천만원까지 연 1.2~2.1%의 저리 대출을 지원한다. 근저당 설정 시점이나 전세 계약 횟수 등에 관계 없이 사실상 경공매가 이뤄지는 현재 시점의 최우선변제금만큼 대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번 특별법에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선구제 후회수'와 같은 전향적인 피해구제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금융지원은 결과적으로 '빚에 빚 더하기'일 뿐이란 주장이다. 정부와 국회가 제시한 대책만으로는 전세 사기의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집주인의 잘못으로 피같이 모아왔던 재산을 날리게 됐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온전하게 보전해주기도 사실상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세 피해자마다 이런저런 사정이 다른 데다, 세금을 통한 특별법으로 민간 계약인 전세의 사기 피해를 온전히 구제하면 다른 형태의 사기 범죄와 형평성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지금과 같은 피해자들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전세 제도와 전세 금융에 대한 보완과 수정은 절실해 보인다. 최근과 같은 대규모 전세 사태가 발생한 것은 소위 '착한 대출'이라는 미명하에 전세에 대해서는 무차별적 대출이 이뤄지면서 갭투자와 같은 레버리지 매입이 급증한 상황에서, 오를 줄만 알았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현실화한 탓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전세는 서민 주거 정책의 일환으로 인식되면서 과잉 대출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집주인인 임대인은 거액의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었고 세입자인 임차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주거를 해결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전세 제도가 지속하려면 부동산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꾸준하게 상승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전세 보증금 상환을 둘러싼 문제는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부동산시장이나 시장금리가 출렁일 때마다 전세 문제가 되풀이됐던 것도 이런 이유다.

전세 대출 등으로 유동성이 시중에 과잉 공급되면서 부동산시장을 위주로 갭투자가 쉬워지고 주택가격이나 시장 변동성도 더욱 확대됐다.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험성이 커지고 원활한 통화정책 운용에도 족쇄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전세 대출에 대한 인식 전환과 더불어 전세자금에 대한 보증 비율 축소 등이 필요한 이유다. 악용될 여지를 남겨둔 상황에서 전세 대출은 늘리고 금리는 낮아야 한다는 접근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 금융시장에서 증거금 등을 통해 가격하락에 대비한 장치가 마련된 것처럼 부동산시장에서도 비슷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일부 임차인의 경우 사실상 전 재산을 전세 보증금으로 활용한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전 재산을 날릴 수 있는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부동산시장의 잘못된 관행도 고쳐져야 한다. 전세 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사적인 금전 계약임에도 만기 시점의 계약 불이행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이렇다 보니 전세가 안 나간다는 이유로 만기가 지났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임대인의 전세 보증금 미반환은 대출에 대한 채무불이행이란 인식 전환과 함께 이를 제재할 장치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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