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북 새만금 야영장에서 진행된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폭염과 열악한 환경 등으로 '생존게임장'을 방불케 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대표단들이 잼버리 캠프에서 철수하면서 경제규모 글로벌 10위권이라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부심에 상처를 남기게 됐다. 수년간 잼버리대회를 준비한 조직위원회가 스카우트의 세계 공통 모토인 '준비하라'라는 정신을 얼마나 이행했는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생존게임,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곳이 또 있다. 국내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이 그것이다. 주식시장에서 배터리에 이어 초전도체 등 테마주 광풍이 몰아치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묻지마 투자'가 몰리며 시중자금 쏠림과 주가 급등락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4월 SG증권에서 대량으로 쏟아진 매물로 일부 종목들이 하한가를 기록한 이후에도 주가는 상한가와 하한가를 널뛰고 있다. 초전도체 테마주까지 가세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불을 찾아다니는 불나방처럼 또 다른 테마주를 찾아다니는 모양새다. 바야흐로 주식시장이 개인투자자의 생존게임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배터리와 초전도체로 대표된 테마주 과열이 나타나면서 주식 거래대금과 고객예탁금도 올해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전체 거래대금은 지난달에 567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2021년 8월 이후 2년여만에 최고다. 고객예탁금도 지난달 27일 58조원을 넘어서면서 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규모를 의미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증가세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4일 20조원을 넘어섰다. 투자종목의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신용거래가 늘어나면서 위탁거래미수금도 함께 늘었다.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려 쓴 대금을 결제일까지 제대로 갚지 못한 사례가 늘었다는 뜻이다. 지난달 28일 하루 동안 미수금 잔고는 7천734억원을 기록했다. 연초에 2천억원 전후였던 미수금 잔고가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식시장 빚투와 함께 가계대출도 급증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고금리 여파 등으로 주춤하던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위주로 가파르게 증가한 탓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예금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천62조3천억원에 달했다. 한 달 전보다 5조9천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21년 9월 6조4천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구입 관련 자금 수요 확대, 입주 물량 증가, 전세자금 대출 등으로 전월보다 무려 7조원이나 급증했다. 이런 증가 폭은 2020년 2월 7조8천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였다.

지난해 정부가 주식과 가상자산 등 자산가격 조정으로 투자 손실을 본 저신용자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채무조정안을 발표했다가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코로나발 저금리 국면에서 급증했던 빚투와 영끌의 부작용과 사회적 파장이 아물지도 않은 상황에서 빚투와 영끌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자료 출처:한국은행 금융시장 동향


사실 빚투와 영끌로 대표되는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된 지 오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서면서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빚투와 영끌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금융 불안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커다란 리스크로 작용할 게 뻔하다.

새만금 잼버리대회에서 영국 등 일부 국가가 조기에 철수했던 것처럼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이탈할 경우 우리나라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통화당국과 금융당국은 잼버리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이 개인투자자들의 생존게임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다시 고개를 드는 빚투와 영끌이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져 금융 불안과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하지 않도록 보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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