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금호석유화학이 실적을 대폭 늘렸음에도 정작 주주 친화정책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국내 재계와 자본시장에서 확산되는 기류를 역행하는 것으로, 자칫 다음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실적 개선에도 배당은 '찔끔'

13일 금호석화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일 이사회에서 올해 보통주 1주당 1천350원, 우선주는 1천4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보통주 1천원, 우선주 1천50원을 배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각 35%, 33.3% 늘어난 수준이다. 표면상으로 배당이 늘었으나 투자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 1일 9만300원이었던 금호석화의 주가는 이후 8만3천100원까지 떨어졌고 전날 8만4천900원으로 거래가 끝났다. 6% 가까이 빠진 셈이다.

우선주는 정도가 더 심했다. 이달 1일 3만3천750원이던 주가는 3만900원까지 떨어지더니 전날 3만1천350원으로 마무리됐다. 8% 정도 하락했다.

배당을 확정하고서 주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대거 매도에 나선 탓이다. 블랙록도 금호석화가 배당 규모를 공표하기 전 보유 지분을 1%포인트 낮췄다.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한 가지로 분석된다. 금호석화의 실적 개선과 비교하면 기대한 만큼 배당이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매출 5조5천849억원, 당기순이익 5천329억원을 거뒀다. 전년보다 각각 10.27%, 131.24% 증가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배당의 기초인 잉여현금흐름(FCF)도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오는데 배당이 미미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주요 대기업이 주주 친화정책으로 배당을 확대하는 추세인데, 이를 역행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금호석화는 대주주와 일반 주주의 차등 배당으로 주주 친화정책을 실현했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 등 대주주는 일반주주보다 150원 적은 1천200원(보통주 기준)의 배당을 받는다.

◇ 박찬구 '연임' 가능할까…시장에서는 '글쎄'

문제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의 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2016년 주총에서 3년 임기의 사내이사가 된 박 회장은 오는 3월 주총을 통과해야 이사직을 더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주요 범죄행위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은 데다, 최근 배당까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면서 기관 투자자의 동의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 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에 대해 대법원 상고심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다. 그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손실을 회피한 혐의 등 여러 죄목으로 약 32억원 규모의 횡령, 배임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대법원은 판단했다.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가 강화하는 분위기에서 박 회장의 유죄판결에 기관 투자자가 우호적으로 반응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기업의 전통적인 우군으로 꼽히던 블랙록이 금호석화의 보유 지분을 낮춘 것도 박 회장에게는 악재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짠물 배당'에 나서면서 기관 투자자의 셈법은 분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회장이 기관 투자자의 맘을 얻지 못하면 이사회 진입은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회장이 보유한 금호석화 지분은 6.69%에 불과하다. 아들인 박준경 상무는 7.17%, 딸인 박주형 상무는 0.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카인 박철완 상무는 10% 정도다.

이에 근거로 보면 자신의 사내이사 연임의 건에 무조건 찬성표를 던져줄 지분은 사실 24.68%에 불과한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호석화 지분 9.71%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은 그동안 박 회장을 지속해서 반대한 것으로 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대거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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