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 비상사태 선언을 예고해왔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친 충격은 제한됐다.

하지만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정치적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와 민주당의 향후 갈등은 부채 한도 증액 문제와 재정 지출 논쟁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비상사태 선언 소식에도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로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1.74%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각각 1.09%, 0.61% 상승했다.

트럼프의 국가 비상사태 소식은 장중에 나왔지만, 별다른 악재로 작용하지 못했다.

이미 연방정부 셧다운(부문 업무 중지) 재발 우려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배런스에 이번 이벤트가 주가에 미치는 단기적 충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또 다른 정치적 갈등의 일례로 치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이번 사태로 정치적 기능 마비가 계속될 경우 이는 투자와 소비 심리를 약화해 장기적으로 미국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치적 갈등은 올해 여름 이후 더욱 거세질 정치적 논쟁의 예고편일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간과하기 어려운 이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앞선 셧다운과 금요일에 끝난 예산안 논쟁은 앞으로 다가올 다른 재정 지출 싸움의 서막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바로 의회의 연방 부채한도 상향 문제와 2020회계연도에서의 재정 지출 설정 논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의회는 올해 3월 1일까지 부채한도를 상향해야 한다.

연방 정부는 의회가 설정한 법정 부채한도까지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작년 2월에 올해 3월 1일까지 부채한도의 적용을 유예하기로 한 바 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2월 기준 현재 22조100억 달러로 처음으로 22조 달러를 돌파했다.

의회가 설정한 법정 한도는 22조 달러로 이는 3월2일부터 적용된다.

연방 부채가 법정 한도에 도달했다고 해서 곧바로 미국이 디폴트를 맞는 것은 아니다.

재무부는 부채한도가 부활하면 '비상조치'를 통해 디폴트를 막을 계획이며 초당적정책센터(BPC)에 따르면 올해 여름까지 비상조처로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해당 시점을 가을로 보기도 한다.

올 여름 말과 가을은 2020회계연도 예산안을 합의해야 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월 11일 2020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할 예정이며, 18일 세부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트럼프는 비 국방부문 재량 지출을 크게 삭감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를 관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작년 2월 미 의회는 부채한도의 적용을 유예하면서 앞으로 2년간 재정 지출을 2011년 설정 한도에서 약 3천억 달러까지 확대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해당 합의의 시한은 올해 10월 종료된다.

따라서 의회는 10월 1일부터 적용될 2020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총 재정 지출을 추가로 합의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연방정부 자동 지출삭감(시퀘스터·sequester) 조치가 발동된다.

이는 2020회계연도의 재량적 재정 지출을 전년의 10%인 1천250억 달러가량으로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시퀘스터는 1985년 미국 의회가 제정한 '균형 예산 및 긴급 적자 통제법'에 따라 지출 예산을 애초 설정된 목표에 따라 자동으로 삭감하는 장치이다.

의회는 2011년 8월 국가채무 한도 조정협의 과정에서 의결된 예산관리법(Budget Control Act)에 따라 향후 10년간 1조2천억 달러 규모의 재량적 재정 지출을 자동삭감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WSJ은 의회가 2013년과 2015년 2년짜리 합의안을 통과시켜 시퀘스터의 발동을 막은 것처럼 또다시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면서도 최근의 셧다운과 국경 장벽 건설 논란으로 볼 때 앞으로의 협상은 더욱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원 세출위원회의 마리오 디아즈-발라트(공화당) 의원은 "이번 싸움은 앞으로 다가올 것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1월 민주당의 하원 장악으로 이미 시끄러운 예산 논쟁에 추가적인 갈등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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