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탄 굴스비 美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경기침체가 언제 시작되는지는 결코 알 수 없으며 작은 사건으로도 경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가 진단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냈던 오스탄 굴스비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역사를 보면 경기침체는 대형의 예측 가능한 이벤트 때문에만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나 연방정부 셧다운은 20조 달러 규모의 미국 경제를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히 큰 사건이 아니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보통의,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기업들과 소비자들을 기겁하게 한다면 경기 둔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무역 전쟁과 연방정부 셧다운은 과거에도 상당한 패닉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는 것이다.

굴스비 교수는 정부 관점에서 보면 무역 전쟁의 경우 수출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고 여기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분의 1도 되지 않기 때문에 무역 전쟁 자체가 미국 경제에 큰 피해를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국 간의 교역 감소로 인한 무역 전쟁의 직접적인 충격은 국내총생산(GDP)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끝난 셧다운도 마찬가지로 주간 연율 성장률 감소분이 0.1%포인트에 그친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라고 그는 말했다.

80만명의 연방정부 근로자는 미국 전체 근로자의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굴스비 교수는 그러나 이런 분석은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1년 '정상적인' 수준의 침체 때를 돌아보면 당시 경기침체의 원인은 인터넷 거품이 터졌기 때문으로 기억되고 있다.

굴스비 교수는 "되돌아가 숫자를 확인해보면 인터넷은 기껏해야 당시 경제에서 2% 비중밖에 차지하지 않았다. 무역 전쟁과 셧다운에 적용하는 논리를 쓴다면 인터넷 거품은 침체를 유발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된 이유는 거품 붕괴가 인터넷 업종 이외의 사람들을 기겁하게 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신뢰가 급락했으며 기업들은 투자를 중단했다. 경기침체는 그 기원을 훨씬 넘어 확산했다"고 분석했다.

굴스비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상 지난 40년간 모든 침체는 소비자 신뢰의 추락과 같은 공포 신호와 일치한다. 어떨 때는 신뢰가 추락해도 침체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모든 침체는 신뢰가 급락하면서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0년 동안 신뢰를 추락시킨 것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이나 인터넷 거품 붕괴 등으로 이는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또 침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2011년 부채한도 위기나 2013년 연방정부 셧다운도 신뢰를 크게 추락시켰다.

이런 점에서 보면 최근의 연방정부 셧다운 역시 다르지 않다고 굴스비 교수는 지적했다.

셧다운이 해소되기 전 소비자 신뢰도는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7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결국 다시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나타나거나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심해지면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리고 기업들은 지출을 늦춰 이로 인한 부정적 결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할 수 있다"고 굴스비 교수는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5%의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년 안에 침체를 예상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굴스비 교수는 유명한 투수 사첼 페이지를 인용해 "뒤돌아보지 마라. 그러는 사이 누군가 당신을 따라잡을 수 있다"면서 그가 경제학자였다면 "그리고 무역 전쟁도 시작하지 마라"고 덧붙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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