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갑작스럽게 비둘기로 변신한 다섯 가지 배경을 분석했다.

연준은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만 해도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고 보유자산을 계속 축소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단 6주 후인 1월 FOMC에서는 금리 인상과 보유자산 축소를 중단하겠다고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완화(비둘기파)적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18일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따르면 루비니 교수는 첫 번째로 작년 12월 FOMC 이후 금융여건이 상당히 빡빡해지고 이 여파로 금융시장 혼란이 심해지자 정책 당국자들이 놀랐다고 분석했다.

달러 강세와 신용시장 불안 우려까지 겹치면서 당국의 공포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작년 하반기 미국의 근원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이르지 못하고 둔화한 점이다.

루비니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약화하면서 낮은 실업률이 물가를 2% 위로 끌어올리리라는 믿음에 근거한 금리 인상 계획을 재고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루비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과 유럽·중국·일본·신흥국 성장 둔화로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는 점, 연준이 정치적 독립성을 보여야 하나 경기침체 시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는 점을 각각 세 번째, 네 번째 이유로 지목했다.

다섯 번째 이유는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시장 전문가인 리처드 클라리다의 연준 부의장 임명이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작년 9월 중순 취임했다.

루비니는 클라리다가 연준에 입성하기 이전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성향이 상대적으로 덜 완화적인 입장의 연준 직원들에 의해 견제를 받아왔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물가가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덜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루비니는 인플레이션이 정체 양상을 보이고 금융여건이 타이트해지는 시기에 클라리다가 입성한 것은 연준의 긴축 중단과 연관이 있으며, 클라리다가 교묘한 방법으로 연준을 비둘기파적인 방향으로 밀어붙였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필립스곡선 평탄화가 일시적인 것보다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견해를 지지하는 식이다.

또 일부 연준 관계자들은 미국의 잠재 성장률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으나 클라리다는 파월 의장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규제 완화 조치가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가능케 하리라는 견해에 관대했다.

루비니는 물가가 목표치를 상회하도록 둠으로써 물가가 목표치를 하회했던 기간을 벌충한다는 연준의 내부 전략을 클라리다가 진두지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루비니는 이와 같은 요인을 종합할 때 연준은 올해 남은 기간 '일시 중지'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국 경제 둔화세가 바닥을 칠 가능성이 있고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로존의 경기 둔화가 일시적일 수 있어 올해 말 혹은 내년 한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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