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계획을 발표하지 못한 것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행정부 고위관료들이 반발한 때문으로 보인다.

최종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 서명식이 될 수도 있는 정상회담 날짜를 못 박아 버리면 마지막까지 미국이 가질 수 있는 협상 레버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현지시간)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발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해 시장에서는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이 소식통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WSJ은 그러나 4일 보도에서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 라이트하이저 대표 등 고위 관료들의 반발이 나왔다고 전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대체로 데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에 반대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정상회담 날짜를 공표하는 것은 협상 타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간절함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고 최종 시점까지 미국의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이들은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 협상단은 4월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고 5월께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최종 서명할 수 있는 합의문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으로 협상에 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이 개최될지는 4주 이내에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장소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시 주석과 만남을 원한다면서 "만약 합의가 이뤄지면 우리는 정상회담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그가 고려하는 정상회담 개최지가 어떤 곳을 말하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관리들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담을 추진해왔으나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리조트가 있는 뉴저지의 베드민스터나 워싱턴 등 다른 곳이 될 수 있다고 시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관세와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서 아직 최종 합의를 타결하지 못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도 "주요한, 큰 이슈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미ㆍ중 고위급 회담은 5일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회사 매튜스아시아의 앤디 로스먼 애널리스트는 정상회담을 발표하지 못한 것이 합의에 엄청난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협상은 상당부분 대통령의 손에 달려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멀지 않은 시기에 기념비적인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한, 그의 협상단은 합의를 타결하라는 그의 지침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협상이 길어지면서 선거 관련 정치 문제가 의사 결정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필스버리 중국 전문가가 진단했다.

그는 "대통령이 다시 '관세맨(tariff man)'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에 다시 2천억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린다고 협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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