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소주와 맥주 가격을 올리면서 주류 가격 인상이 본격화한 가운데 롯데도 인상 대열에 올라탈지를 두고 장고에 빠졌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는 처음처럼과 클라우드, 피츠 등 주요 주류 제품 출고가격 인상 폭과 시기 등을 내부적으로 논의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면서도 "다만 소주값만 인상할지, 소주와 맥줏값을 함께 인상할지, 언제 얼마나 인상해야 할지 등을 두고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최대한 빨리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내심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주류 부문에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만큼 가격 인상 카드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롯데주류는 2014년 매출액 8천237억 원에서 2016년 7천331억 원으로 최저점을 찍고 2017년 7천643억 원으로 소폭 반등했으나 지난해 7천500억 원대로 다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도 2017년 영업손실 39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작년에도 5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충주 제2공장 준공으로 인해 몇 년 내 흑자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충주 공장에 투자한 금액이 한 해 매출액에 맞먹는 7천억 원에 달한다"며 "당분간 적자 추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주류가 2분기(4~6월) 내 가격 인상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처음처럼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전략을 펼칠 수도 있어서다.

현재 처음처럼의 출고가는 1천6.5원 수준이다. 참이슬의 출고가인 1천81.2원에 비해 74.7원 낮다.

소주는 제품 간 차별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점유율 상승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소주시장에서는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각각 53%와 20%가량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아울러 제품 출고가 인상 시 기존 가격으로 팔던 재고 소진을 위해 통상적으로 유예 기간을 둬야 해 급격한 가격 인상이 어려운 문제도 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의 가격 인상을 일주일 만에 단행했지만, 이는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만이 할 수 있는 이례적인 조치였다는 해석이 많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24일 '참이슬'의 공장 출고가격을 6.45% 인상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점도 주류회사가 일반적으로 술값 인상에 주저하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물가 상승 이슈가 대두될 경우 정부가 주류회사의 유통구조나 판매관리비, 리베이트 등을 손볼 가능성도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원부자재 가격과 제조경비 상승 등의 이유에 따른 것이지만, 혹여나 가격 인상으로 관에 밉보일까봐 업계는 주저하기 마련"이라며 "특히 최근 여러 소비재 가격 인상 흐름에 물타기를 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의 고민이 길어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일반음식점이나 유흥업소에서 접하는 처음처럼의 소비자판매가격은 참이슬과 함께 인상될 우려가 제기된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출고가격이 반영돼 소비자가격이 결정되지만 유흥 채널은 브랜드에 관계 없이 동일한 가격을 받는 게 일반적이어서다.

유흥 채널은 3천~4천 원에 받던 참이슬 가격을 5천 원으로 인상하면서 현재 출고가 변동이 없는 처음처럼의 소매가도 5천 원으로 함께 올려 받을 수 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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