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식음료(F&B·Food and Beverage) 프랜차이즈 기업을 인수했던 사모투자펀드(PEF) 업계가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F&B 프랜차이즈업은 과거 우수한 현금 창출력으로 PE들에게 인기가 높았으나, 외식문화가 급격히 변화하고, 경기둔화로 인한 소비 감소로 상황이 급반전되면서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내 F&B 프랜차이즈업에 투자한 PE 중 현재 F&B 엑시트에 성공한 곳은 버거킹을 판 VIG파트너스와 BHC치킨을 매각한 로하틴그룹(TRG) 정도다.

2011년 놀부를 인수한 모건스탠리PE와 2013년 할리스커피를 매입한 IMM PE, 2014년 공차를 산 유니슨코리아는 수년째 엑시트를 못하고 있다.

2014년 매드포갈릭을 산 스탠다드차타드(SC)PE와 2016년 아웃백을 매입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등도 엑시트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처럼 PE들의 엑시트에 제동이 걸린 것은 외식업 트렌드 변화로 인해 프랜차이즈 산업 자체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빕스·더플레이스·계절밥상·제일제면소 등을 통해 외식업을 선도해 온 CJ푸드빌이 2014년을 제외하고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적자 수렁을 이어가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CJ푸드빌은 이 같은 실적 악화에 지난달에는 커피 업계 2위(매출액 기준)인 투썸플레이스를 홍콩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부진으로 가맹점주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폐업을 지원하는 한국폐업지원희망정책협회에 따르면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은 현재 23.8% 수준으로 전체 산업 평균 13.2%보다 2배가량 높다.

정부가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해 '점주와의 상생'을 강조하며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M&A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저조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에는 '차액가맹금' 규제까지 더해져 프랜차이즈 본사의 경영 부담이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내년부터 가맹점에 판매하는 필수물품 공급가격의 유통마진율을 공개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식업 트렌드가 소셜미디어의 확산과 함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보다 개별화되고 특색 있는 맛집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최저임금과 임대료 인상에 더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등도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떨어트리는 요소"라고 말했다.

VIG파트너스가 2016년 홍콩계 PE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버거킹을 매각해 이례적으로 엑시트에 성공할 수 있던 것도 어피니티가 한국 버거킹과 일본 버거킹을 묶어 상장하려는 의도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TRG는 지난해 BHC를 원래 경영진이었던 박현종 BHC 회장에게 경영자 인수(MBO) 방식으로 매각했다.

현재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곳은 밀크티 브랜드인 공차 정도다. 그나마 대만과 일본 등에서의 실적이 좋아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F&B 사업을 팔 수만 있다면 팔려 했고, 대기업이 팔면 이를 PE가 받아 사고는 했다"며 "PE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프랜차이즈 업종에 뛰어들면서 현재 시장에 잠재적인 매물이 넘쳐나 희소성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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