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에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한 혐의로 재판을 앞둔 하이트진로가 갑작스럽게 제과업에 진출해 재판에 변수가 될지 관심이다.

1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부사장과 김인규 대표, 김모 상무 등 경영진에 대한 1차 공판이 오는 16일 열린다.

박 부사장 등 경영진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맥주캔을 제조·유통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총수 일가의 회사인 서영이앤티에 통행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준 혐의를 받는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10년간 서영이앤티에 몰아준 일감은 총 43억 원 정도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해 하이트진로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박태영 부사장은 서영이앤티 지분 58.44%를 보유하고 있으며, 총수 일가 지분을 모두 합치면 99.91%에 이른다. 사실상 총수 일가의 개인 회사와 다름없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를 넘을 경우 내부거래 금액 200억 원, 내부거래 비중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서영이앤티의 2017년 매출 851억 원 가운데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 금액은 199억 원으로, 그 비중은 약 23%다.

그런데 하이트진로가 재판을 앞두고 최근 진행한 경영상 정황을 보면 다소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지난달 4일로 예정된 공판 이틀 전에 돌연 변호인단을 바꾸고 기일 변경을 요청해 공판을 한 달여 늦췄다.

이에 앞서서는 제과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글로벌 제과업체 몬델리즈 인터내셔널사와 계약을 맺어 세계 1위 캔디 브랜드인 호올스와 스위스 삼각 초콜릿 토블론, 필라델피아 치즈케이크, 캐드베리, 밀카 등 5개 브랜드를 국내에 독점 유통한다는 구상이다.

서영이앤티의 이와 같은 제과 사업 진출을 두고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영이앤티는 올해 제과 사업에서 200억 원대 신규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사업 매출 수준을 유지하고 제과업에서 추가로 매출 200억 원을 올릴 경우,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18%로 하락한다.

2023년 몬델리즈 사업 목표 매출 700억 원을 달성하면 내부거래 비중은 13%대로 떨어지게 된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밑도는 수준이다.

박 부사장 등이 이러한 경영상 변화를 호소하면서 정상참작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 카드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벗겠다는 경영진의 강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재판부를 설득하고 명분을 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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