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 재무관은 글로벌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달러당 엔화 가치가 내년 초에 걸쳐 100엔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1990년대 후반 일본의 환율정책을 주도해온 인물로, 환율 변동성이 극심했던 당시 공격적인 개입과 직접적인 발언을 통해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쳐 '미스터 엔'이란 별명을 얻었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사와 관련해 "미국 실물 경제가 생각만큼 좋지 못하다"며 "시기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연준이 연내 1~2회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마찰을 고려할 때 세계 경제 성장률이 완만하게 하락하는 추세라며 이미 사상 최고치 수준에 있는 미국 주가가 여기에서 더 상승하리라고 예상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강세를 나타내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에 엔화가 올해 연말부터 내년에 걸쳐 완만하게 100엔을 향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1% 정도로 순조롭게 움직이고 있다"며 "(그간)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럽이 양적 금융완화 확대를 중지한 반면 일본은 적극적인 완화를 지속해왔다. 다른 중앙은행이 완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고 해도 일본은행이 이를 따라서 추가 완화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해 달러당 100엔을 돌파한 후 90엔, 80엔대를 시야에 둘 경우 얘기가 달라지지만 105엔대를 조금 넘는 정도라면 일본은행이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향후 일본의 가장 큰 리스크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꼽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의식해 무역적자 축소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극단적인 정책을 취할 경우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도 국내 사정이 있기 때문에 오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쉽게 타협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유럽에도 위험의 싹이 트고 있다며, 브렉시트 이슈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에서 반(反)EU의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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