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매년 이동통신사에 망 사용료로 수백억 원을 내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과 달리,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공룡 기업이 국내에서 사실상 공짜로 통신망을 사용해온 관행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판결이 오는 22일 오후 내려질 가운데, 선고 결과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사와 페이스북·유튜브·넷플릭스 등 글로벌 인터넷 업체의 희비가 명확히 갈릴 전망이다.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오는 22일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 선고를 내린다.

사건의 발단은 2016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의 페이스북 접속경로를 홍콩·미국 등으로 우회하게 했다.

이로 인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회선의 통신 지연 시간이 급증했고 속도가 느리다는 이용자들의 민원이 폭발했다.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이용자들의 불편을 유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에 지난해 3월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고의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의 망 접속경로를 변경해 국내 이용자들의 접속 장애를 야기했다고 판단, 페이스북에 3억9천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두 달 뒤 페이스북은 방통위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페이스북이 고의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의 접속망을 바꿨는지 여부다.

페이스북은 접속경로 변경은 단지 네트워크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용자 피해를 유발할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의 행위로 이용자들의 피해가 현저했는지도 중요 쟁점이다.

방통위는 페이스북 이용자의 응답속도가 2.4배 또는 4.5배 느려진 것은 현저한 수준이며 중대한 이용자 피해를 발생시킨 것이라고 봤지만, 페이스북은 이 같은 속도 지연이 과도하지 않고 통신망 품질 문제는 페이스북 소관이 아니라 통신사에서 다룰 문제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방통위 처분이 법안 소급적용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다.

페이스북은 방통위가 적용한 규정이 자사의 접속경로 변경 이후에 시행된 것이라 소급효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고, 방통위는 규정 시행 이후에도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속도 지연 피해가 계속됐기에 소급적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 판결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 영향이 페이스북을 넘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해외 업체에까지 미치는 등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원이 방통위 손을 들어줄 경우, 그간 해외 인터넷업체들이 다수 이용자를 무기로 삼아 거의 공짜로 국내 통신망을 사용해왔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매년 수백억 원의 사용료를 내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과의 역차별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페이스북으로서는 통신 품질 관리 책임과 관련해서도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불편한 선례를 남기게 된다. 페이스북이 날을 세우며 재판에 총력을 다하려는 이유다.

박대성 페이스북 부사장은 지난 13일 "방통위의 망 사용료 가이드라인이 과도하다"면서 "민간 사업자 간에 끝내야 할 일에 정부가 나서면서 길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통위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콘텐츠 제공사업자라고 하더라도 직접 접속경로를 변경한 행위 주체로서 책임이 있다"면서 ""페이스북이 트래픽을 계속 체크해왔던 상황에서 접속경로 변경 시 소비자 불편을 예상할 수 없었다는 주장도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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