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홍콩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달러화에 대한 홍콩달러 페그제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 인민대학교 중양금융연구원의 저우루오화 부원장은 홍콩의 독특한 환율체제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적 번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이 시스템이 너무 경직돼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홍콩달러 페그제가 홍콩 경제에 두배의 충격을 줄 수 있다면서 증시나 부동산 시장이 대규모 약세에 취약한 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저우 부원장은 연구원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만약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다. 통화공급 여력이 달러화 보유액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자산가격이 급락하면 동시에 자금의 대탈출이 촉발될 것이며 이는 홍콩 경제에 '두배의 충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은 지난 1983년 이후 36년간 페그제 환율을 채택하고 있다. 달러당 홍콩달러 환율을 7.75~7.85홍콩달러 범위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페그제는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뿐만 아니라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때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관 반환 때도 마찬가지다.

홍콩 중앙은행격인 HKMA는 페그 범위의 상단이나 하단이 깨지면 홍콩달러를 사거나 파는 등의 방법으로 페그제를 유지한다.

HKMA는 지난해에도 수차례 외환시장에 개입했으며 외환보유액이 4천450억달러로 본원통화의 두배 이상이어서 페그제를 폐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여건이 악화하면서 HKMA가 페그제 방어를 위해 화력을 거의 모두 써버리는 사태가 되면 홍콩 경제가 취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본 유출을 동반한 기업환경 악화로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조정이 초래되고 홍콩의 금융 안정성이 위협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티시스의 알리샤 가르시아-헤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의 자본통제 여력 부족은 자본 흐름이 급격한 변동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홍콩 은행들의 예금이 1조7천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469%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수준이어서 대규모 예금유출 사태가 발생하면 외환보유액으로 충당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실제로 홍콩은 지난 2분기 성장률이 전년대비 -0.3%를 나타내는 등 10년 만에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시위와 관련해 '인도적' 해결을 주장하면서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연계하려는 상황도 문제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라보뱅크의 마이클 에브리 선임 아태 전략가는 "만약 미국이 홍콩의 특별 지위를 없앤다면 홍콩은 더는 미국과 자유롭게 교역할 수 없게 된다. 홍콩이 달러화를 벌어들일 방법이 없어지면 어떻게 달러화에 대한 홍콩달러 페그가 유지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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