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품목 사업 예산 지출 구조조정서 제외…일몰 관리도 면제

민관공동 '소재·부품·장비 기술 특별위원회' 설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일본이 28일 예정대로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시행을 강행한 데 맞서 정부가 소재, 부품, 장비 등의 핵심소재에 대한 연구·개발에 3년 간 5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R&D 역량을 고도화해 핵심품목의 대외의존도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핵심 원천기술을 선점하려는 취지다.

정부는 이날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의 주재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 확대 관계 장관회의 겸 제7회 과학기술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재·부품·장비 R&D 투자 전략 및 혁신 대책'을 확정했다.

이날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시행되는 첫날이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번 사태의 해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R&D를 통한 핵심기술 확보"라며 "향후 이와 유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부터 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을 착실히 추진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와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일본의 수출 제한이 우려되는 핵심품목을 심층 분석하고 유형별로 분류해 각각의 R&D 대응 전략을 짤 계획이다.

핵심품목의 유형은 국내 기술 수준과 수입 다변화 가능성을 기준으로 나눴다.

국내 기술 수준이 낮으면서 수입 다변화 가능성도 낮은 핵심품목의 경우, 정부는 기존의 공급망을 뛰어넘을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해 우리 주도의 새로운 공급망을 창출하고 산업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을 도모할 계획이다.

국내 기술 수준이 낮으면서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높은 품목일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대체품의 조기 공정 투입을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국내 기술 수준이 높고 수입 다변화 가능성도 높은 핵심품목에 대해서는 글로벌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집중할 계획이고, 국내 기술 수준이 높으면서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는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 협업하는 상용화 R&D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핵심품목에 대한 R&D 투자에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총 5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핵심품목 관련 사업의 예산은 지출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몰 관리도 면제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핵심품목 관리를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민관 공동의 '소재·부품·장비 기술 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특별위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소속으로, 핵심품목 목록화와 소재·부품·장비 R&D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우대조치를 받을 수 있는 핵심품목 사업을 사전적으로 검토·심의한다.

국가 R&D 제도도 빠르게 개선할 방침이다.

예컨대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핵심품목 관련 예비타당성조사는 특별위의 사전 검토, 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비용효과(EC) 분석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사업의 추진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종합평가에는 현장의 전문가를 다수 참여시키기로 했다.

또 정책지정(패스트트랙) 과제의 추진 근거를 제도화하는 한편, 대기업·중견기업의 R&D 사업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연구비 매칭 기준은 중소기업 수준으로 낮춰 적용하기로 했다.

핵심품목 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는 기술사업화 실적·수요기업 구매량 등 실용성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해 산업현장과의 간극을 좁혀 나가기로 했다.

김영태 중소벤처기업부 기술혁신정책관은 "풍부한 R&D 잠재역량을 지닌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대기업의 수요 품목을 잘 매칭해주면 단기간에 핵심 소재·부품의 상용화가 가능하다"면서 "올해 연말까지 100개 강소기업을 지정해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격차를 메꿔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국가 주도로 R&D 역량을 총결집하기 위한 체계도 구축한다.

국가연구실(N-LAB)과 국가연구시설(N-Facility), 그리고 국가연구협의체(N-TEAM)으로 이뤄진 이른바 '3N+R' 체계다.

N-LAB이 핵심품목 기술개발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필요 시 긴급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곳이라면, N-Facility는 핵심 소재·부품의 상용화 개발을 위한 주요 테스트베드 연구시설이다.

N-TEAM은 개발과정에서의 애로사항 해소와 국외 동향 파악을 위한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김성수 본부장은 "N-LAB, N-Facility, N-TEAM, 즉 3N을 거점으로 핵심품목 기술 개발과 관련 원천기술 추진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향후 일본의 수출규제와 유사한 사항 발생 시 위의 3N 기구를 중심으로 긴급히 연구개발을 수행하여 기술적 위기상황을 극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가R&D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핵심품목에 대한 정보 제공과 분석을 강화하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R&D 투자 분석 시스템인 'R&D PIE'와 특허 분석 결과를 활용해 핵심품목 분석 정보를 적기에 연구현장에 제공해 연구개발 기획의 고도화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현재 구축 중인 범부처 '연구지원시스템'의 구축 시기를 당초 2021년 하반기에서 상반기로 앞당기고, 핵심품목에 대한 R&D 정보분석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소재·부품·장비 R&D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성장 기반을 확충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사업추진 실적을 철저히 점검해 예산 확대에 따른 비효율적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이번 사태는 R&D, 즉 과학기술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R&D 사업에 대한 꾸준한 점검을 통해 제대로 된 결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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