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이 발발한 이후 월가의 딜메이커들이 전에 없이 바쁜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외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를 심사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하면서 크로스보더(cross border) 딜을 자문하는 이들의 업무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내세워 중국 자본의 미국기업 인수를 막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다.

액센츄어스트래티지에서 크로스보더 인수그룹를 담당하고 있는 컨설턴트인 앤드류 워커는 2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합병 건의 경우 딜이 마무리될 때쯤에 고강도 업무의 시기가 대부분 있지만, 미국 정부가 새로 개입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CFIUS 자문 수요가 늘어나면서 3년 전 5명이었던 액센츄어의 관련 인력은 50명으로 늘었다.

워커는 "장시간 일하고 있다"면서 "하루 14시간에서 16시간 일하고 주말 근무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미·중 무역 긴장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양국 사이의 해외직접투자(FDI)가 영향을 받고 있어 이러한 언급이 과장된 것처럼 들리겠지만 인수합병 업계는 이미 연간 54억달러로 줄어든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더 줄어드는 것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CFIUS와 국가안보 관련 딜을 컨설팅하는 워싱턴 소재 투먼베이컨설팅의 켄 멘델슨 사장은 "CFIUS가 성병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곤 해야 했다. 지금은 더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CFIUS는 미국 재무부가 주도하는 부처 합동기구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외국의 미국자산 매입에 대해 심의하고 있다. 지난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의해 처음 설립됐다.

2017년 트럼프 정부가 미국 기술과 데이터 등이 연루된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에 내재된 위험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하면서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에는 외국인투자위험조사현대화법(FIRRMA)을 초당적으로 가결해 외국인투자에 대한 검열 수위를 높였다.

지난 17일 재무부는 FIRRMA가 요구하는 세부사항이 적힌 300페이지의 새로운 CFIUS 조항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공 연기금과 국유기업, 국부펀드 등 외국 정부 투자자들이 연루된 거래에 관한 보고는 의무적으로 하게 했다.

워싱턴 소재 리스크컨설팅업체 컨트롤리스크의 존 라시는 "올해 두번이나 내 고객들에게 거래를 진행할 수 없다고 말해야 했다. 고객들이 자신들의 국가로 지식재산권의 이전을 원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정말로 이 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CFIUS 관련 10~15건 가량을 다뤘으나, 지난 2년간 작업량은 최소 두배로 늘었다"면서 2020년 추가로 인력을 고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라시는 "CFIUS 지식을 가진 컨설턴트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인력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 "지정학 지식과 인수합병 경험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한 트레이닝 프로토콜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 소재 자문사인 그랜트 손톤 역시 지난 18개월 동안 CFIUS 관련 업무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말했다.

업체의 폴 멜빌은 "우리가 가진 인력을 트레이닝하고 있다. 대학교 졸업생들에게 가서 CFIUS 일을 하도록 고용할 수는 없다"면서 인수합병 경험이 필요하고 업무가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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