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게임업체 넷마블이 렌털업계 1위 웅진코웨이를 깜짝 인수하면서 산업계 간 칸막이가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력 사업 강화를 위해 주로 인수·합병(M&A)을 도구로 활용해 왔던 국내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웅진그룹은 14일 웅진코웨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넷마블을 공식 선정했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예비입찰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본입찰에 깜짝 등장하면서 결국 웅진코웨이를 품에 안는 주인공이 됐다.

그간 수많은 M&A를 통해 넷마블을 성장시켜온 방준혁 이사회 의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넷마블은 사실 그동안 크고 작은 M&A를 통해 사세를 늘려왔다.

2015년에 미국 게임사 잼시티 지분 59.07%를 확보한 데 이어 2017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확보한 2조6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M&A에 투입했다.

2017년 게임 개발사 카밤 지분 100%를 확보했고, 지난해 2월에는 카카오게임즈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같은 해 4월에는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 25.71%를 인수하기도 했다.

넷마블의 'M&A 열정'은 게임 사업을 기반으로 몸집을 불려 2020년까지 연 매출 5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게임사 톱5에 들어가겠다는 방준혁 의장의 의지와 맥이 닿아있다.

하지만, 이번 웅진코웨이 인수는 이같은 게임사업 강화 차원과는 다소 결이 다른다.

그 계기는 올해 초 넥슨 인수 무산이 큰 영향을 줬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어느 정도 자금력은 확보했지만, 성장이 정체된 게임 산업만으로는 확장 전략을 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 눈길을 돌리는 게 필요했다.

최근 국내 게임 산업은 중국 게임사들의 공세에 고전하고 있다.

넷마블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213억원과 2천417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7%와 53% 급감했다.

실적 부진에 주가는 15만원대에서 반토막이 났다.

넷마블 입장에서는 넥슨 인수 무산으로 규모를 대폭 키우지 못할 상황이 오자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웅진코웨이는 좋은 기회였다고 판단했다. 넷마블이 꺼내든 인수 논리는 '구독경제'였다.

웅진코웨이는 국내 렌털 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지난해 2조7천73억원의 매출과 5천15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넷마블보다 이익 구조가 더 탄탄한 회사다.

넷마블이 제시한 구독경제는 일정액을 내면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모델을 말한다.

넷마블 관계자는 "구독경제는 최근 글로벌에서 고속 성장 중"이라고 전했다.

넷마블이 1조8천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들여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1조7천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매각측에서 매도자 인수금융으로 최대 1조원 가량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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