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최근 금융시장 활황이 비이성적이라고 경고했다.

들떠 있는 금융시장이 근본적인 글로벌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루비니 교수는 20일(현지시간)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미·중 1단계 무역합의 진행·하드 브렉시트 가능성 축소·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등을 최근 시장의 위험 선호 분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루비니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안고 있는 아홉 가지 리스크를 열거하며 "모든 게 괜찮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는 우선 중국·독일·일본의 경제가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고, 둘째로 중국과 미국이 휴전에 돌입해도 내년 11월 미 대선 이후에 양국의 디커플링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국이 중장기적인 냉전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이 홍콩 시위대 진압을 자제하고 있지만, 사태가 악화해 군이 투입될 경우 무역 합의가 결렬되고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루비니 교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하드 브렉시트 리스크는 완화됐지만, 역내에서 재정 여력이 있는 독일과 같은 나라들이 부양책을 내놓길 거부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 위원 중 3분의 1도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유럽은 재정·통화 정책적 어려움뿐 아니라 고령화·중국 수요 감소·정국 불안·미국발 보복 관세 등의 과제를 직면하고 있다고 루비니 교수는 덧붙였다.

다섯번째로 중동 리스크도 언급하며 각국에서 대규모 시위와 내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주지시켰다.

그리고 루비니 교수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경제를 떠받칠 수단을 거의 소진했고, 재정정책 카드도 정치적 요인과 높은 부채에 제약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곱번째로 글로벌화·무역·이민·기술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포퓰리즘이 더욱 확산해 많은 나라가 재화·자본·노동력·기술·데이터의 유출입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발 리스크도 주목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 등 동맹국을 압박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글로벌 질서가 무너질 수 있고, 대내적으로는 내년 미 대선에 출마하는 민주당 후보들의 공약이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글로벌 경제가 중기적인 추세에 따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진국은 고령화되고 있고 신흥국도 잠재성장률 둔화를 피할 수 없으며, 인공지능(AI)과 자동화가 일자리·기업·산업을 파괴해 불평등이 커진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간의 단절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며, 시장 참가자들이 단기적인 꼬리 위험 감소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에만 집중하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의 근본적인 위험이 여전하고, 중기적인 관점에서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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