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엔화 약세에도 일본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중장기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일본 주식 이탈'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21일 오후 2시 9분 현재 닛케이225 지수는 전일 대비 29.15포인트(0.12%) 하락한 23,450.00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증시 상승 재료인 엔화 약세로 장 초반 한때 23,588.55까지 상승했으나 이내 오름폭을 반납하고 보합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옵션을 거래하는 한 일본 30대 개인 투자자는 "JP모건증권을 통해 대규모 매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오사카증권거래소 주가지수선물 매매를 인용한 데 따르면 JP모건증권은 토픽스 선물을 이번 주(17~20일) 2만 계약 순매도했다. 금액으로 치면 약 3천500억 엔(약 3조7천700억 원) 순매도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관계자는 "JP모건 상장지수펀드(ETF)에 대규모 해약이 나오자 선물 매도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금융정보업체 퀵(QUICK)·팩트셋에 따르면 실제 소니와 소프트뱅크 등 주요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JP모건베타빌더즈일본ETF'는 2월 들어 현재까지 10억 달러(1조2천억 원)가 넘는 자금 유출을 기록했다.

미쓰비시UFJ는 "작년 10~12월 실질 국내총생산이 연율 6.3% 급감하자 일본 경제 장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에 매도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경기 민감 섹터인 철강주가 이미 경기 침체를 반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신일본제철 주가는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JFE홀딩스도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벌크선 시황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발틱해운지수도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에 움직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운주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20일 발표한 2월 둘째 주(10~14일) 투자 부문별 주식매매 동향(도쿄·나고야 2시장, 1부, 2부, 신흥기업 시장 합계)에 따르면 투자신탁(펀드)는 988억 엔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5주 연속 매도 우위다.

신탁은행의 순매도 규모는 457억엔으로, 10주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3월)결산 기말을 앞둔 매도와 연기금 등의 자산 재분배에 따른 매도가 나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는 해외에서도, 일본 국내에서도 중장기 투자자가 조용히 일본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오전과 전일 오전에 주가지수선물 주도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해외 헤지펀드 등 단기 세력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 주식을 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문은 당분간 증시에서 단기 세력의 매수와 중장기 투자자의 매도가 옥신각신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니혼게이자이는 현재 일본 경제지표가 악화하고 있는 반면 닛케이 지수는 여전히 버블경제 붕괴 이후 최고 수준에 있다며, 주가와 실물경제의 괴리가 확대될수록 닛케이 조정폭이 깊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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