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도 못 믿는 투자심리에 채권 시장도 충격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공포에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외국인 패닉셀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식시장은 물론 외환시장, 채권시장 모두 약세장이 나타나고 있다.

전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발 여행객 입국 금지 조치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며 극도의 불안 장세로 치달았다.

시장 일각에서는 대공황 시기의 장세를 되짚어 보는 등 극도의 공포감에 빠져 있다.

13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자 매매동향(화면번호 3803)에 따르면 이날 개장 직후 코스피가 8% 가까이 폭락하는 동안 외국인은 3천480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피는 이날 개장 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닥시장에서도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 발동이 잇따랐다.

이에 개장 후 국내 증시는 사이드카로 5분, 서킷브레이커로 20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이 일시 정지됐다.

이날 코스피는 1,684.56까지 장중 저점을 낮추면서 2011년 10월5일 이후 8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200지수가 급락하면서 선물, 옵션에서도 장중 추가증거금이 대거 발생하는 등 주식시장과 파생상품시장은 대혼란은 겪었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는 약 1천억원 이상 순매수를 했지만 시장에서는 공매도에 따른 숏커버링으로 보고 있다.

외환시장도 발칵 뒤집혔다.

달러-원 환율은 1,220대까지 13원 이상 폭등했다. 달러-원 환율은 2월 이후 1,200원선을 웃돌았고 이날 장중 1,225.20원에 연고점을 찍었다.

안전자산도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에서 피난처가 되지 못했다.

채권시장도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채권금리는 급등세(채권가격 급락)를 연출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9.4bp(1bp=0.01%포인트)급등한 연 1.144%를,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16.2bp 오른 1.537%를 기록했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외국인이 1만계약 이상 매도하며 한때 300틱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정책 당국도 국내 금융시장 충격에 긴급 대응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간의 협의를 거쳐 임시 금통위를 개최할지 여부를 논의했고, 외환시장에서 과도한 쏠림이 지속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예정됐던 국고채 교환 취소를 검토하고, 국고채 금리 급등에 한은과 협의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융위원회도 은성수 위원장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고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 등의 시장 조치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증시 급락세가 이어질 경우 한시적 공매도 금지와 더불어 증시안정펀드 활용 등의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금융위는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폭을 확대하고, 거래 금지 기간을 하루에서 10거래일로 늘렸다.

증시 전문가들도 최악의 경우를 열어놓고 있다.

과거 미국 증시 폭락이 이어졌던 사례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올 상황이 대공황 시기와 비슷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일본,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충격은 비단 전염병 확산에 그치지 않고 각국 여행객의 입국 제한 조치와 교역 위축 가능성, 경기 침체 우려를 복합적으로 일으키고 있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 일일 수익률이 -8% 이상이면서 일주일 수익률이 -15% 이상이었던 급락 사례를 살펴봤을 때 현 상황이 우려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과거 7번의 사례 중 6번이 1929~1937년 대공황 시기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일 낙폭이 역사상 가장 컸지만 이후 곧바로 반등한 1987년과 같은 급락이면 차라리 다행일 수 있다"며 "문제는 대공황과 같은 사례가 될 경우로 이 경우 반등이 나오더라도 그 후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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